국제일반
"눈치좀" "뭐 어때"…청바지 '이 장관', 우크라 바서 '깜짝 기타공연' 시끌
뉴스종합| 2024-05-16 11:05
키이우의 바에서 연주하는 블링컨 미 국무장관 [로이터=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바에서 '깜짝 공연'을 한 데 대해 전쟁 중인 나라를 찾은 우방국 외교 수장이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뒷말이 나온다.

다만 이런 행사 자체를 지지와 연대의 표시로 볼 수 있다는 반박도 따라오는 중이다.

수준급 아마추어 기타 연주자로 알려진 블링컨 장관은 14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공식 일정을 마친 후 한 라이브 바를 찾아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다.

검은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그는 현지 밴드와 함께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직전에 나온 곡 '록킹 인 더 프리 월드'를 연주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등은 이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하며 엇갈린 반응을 낳고 있다고 15일 전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는 호응, 전선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 속 부적절한 일이었다는 비판 등이 나왔다.

한 우크라이나 비정부기구(NGO) 대표는 페이스북에 "하르키우는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사람들이 집을 떠나고 있는데, 미국 최고위급 관리는 키이우 바에서 노래를 부른다"고 지적했다.

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은 전역 군인 올레 시모로즈 씨는 엑스(X·옛 트위터)에 "무기가 부족하고 동맹국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 매일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고 있는데, 이런 공연은 정말 눈치 없고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을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다.

키이우의 직장인 폴리나(26) 씨는 "러시아가 바라는 건 우리의 삶과 즐거움을 멈추는 것"이라며 "전쟁은 모든 곳에 있지만 그렇다고 바에도 못 간다는 뜻은 아니다. 블링컨 장관이 키이우에 와준 게 감사하다"고 했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의 무대는 우크라이나의 정신에 지지를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은 엑스에 블링컨 장관의 무대 영상을 올리고 "블링컨 장관은 오늘 우크라이나의 깨지지 않는 정신을 직접 목격했다"고 했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당시 손님 자리에 앉아 있다가 현지 밴드 '19.99'의 리더가 "우크라이나의 위대한 친구"라고 소개하자 무대에 올랐다.

블링컨 장관은 "당신들의 군인들과 시민들은 특히 북동부 하르키우에서 극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러나 그들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여러분과 함께하고, 세계가 여러분과 함께하고, 자유세계가 여러분과 함께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뒤 블링컨 장관은 "아마 우리가 뭐 하나 시도해 볼 수 있겠지요?"라며 밴드와 함께 연주를 시작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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