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첨단산업 협력모색...팹리스·파운드리 동맹 제안
한국과 일본 경제인들이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신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으고, 앞으로 1년간 구체적인 협력 실행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국과 일본이 공통으로 취약한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손을 잡아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한일경제협회와 일한경제협회는 지난 15일 일본 도쿄에서 폐막한 제56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자원개발 ▷반도체 ▷디스플레이 ▷디지털전환(DX) ▷녹색전환(GX) ▷수소 등 신산업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스타트업 및 벤처 육성도 공통 과제로 꼽았다.
이를 위해 한일경제협회와 일한경제협회가 머리를 맞대고 연구할 조직 신설도 예고했다.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삼양홀딩스 회장)은 공동성명 발표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양 사무국이 위원회를 만들어서 협력 분야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내년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기 때문에 앞으로 1년간 양 사무국에서 연구를 해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전 미쓰비시상사 회장)도 “반도체의 경우 일본이 소재·부품·정밀기기를 한국에 납품하고 있고, 한국도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다”며 “일본 요코하마에 진출한 삼성전자에 대해 일본 정부가 지원할 텐데 그러한 형태로 협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동성명 발표에 앞서 진행된 세션에서도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의 공급망 재편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이 새로운 형태의 협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세션의 좌장을 맡은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 겸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과의 경쟁에서 개별 국가 차원으로 대응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며 “한일 공동체 협력관계를 만들어서 미국, 중국, EU에 대응할 수 있는 바게닝 파워(교섭력)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의 경우 양국 협력이 그동안 소재·장비에만 집중됐으나 앞으로 팹리스·파운드리 분야로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은 둘 다 팹리스가 약하다. 현재 미국이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 모두 약하기 때문에 정보유출 우려 없이 오히려 서로 손을 내미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반도체와 전력 반도체 등 반도체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한국과 일본이 충분히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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