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등법원, ‘2000명 증원’ 집행 정지 신청 각하·기각
각 대학, 이달 말까지 정원 확정…전체 1500명 안팎에서 증원
의대 교수 집단사직 등 의사 반발에 정부 대응책 마련은 과제
서울고등법원은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에서 각하·기각 결정을 내렸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모습[연합] |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법원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의사들의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기각했다. 이에 따라 내년 의대 증원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27년만에 의대 정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의료개혁의 첫 매듭을 묶게 됐지만 의사들의 반발이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대응책 마련에 고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 구회근 배상원 최다은)는 16일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 결정에서 각하·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날 각하·기각 결정이 나오면서 정부는 계획대로 의대 증원 절차를 마무리하게 됐다.
법원 결정을 기다렸던 일부 대학들은 의대 증원을 반영한 학칙 개정을 진행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입전형심의위원회가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해 각 대학에 통보하면 대학들은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초 ‘수시모집요강’ 발표와 함께 정원을 확정한다.
의료계가 대학별 정원 확정 때까지 대법원이 결정을 내리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재항고를 하면 고등법원이 적절한지 심사한 뒤 관련 서류를 대법원으로 옮기고 재판부를 배당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한데, 보름 사이 새로운 결정이 내려지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 상황에서 의료계와 의대생 등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등 정부나 대학 총장 등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나 가처분 신청은 20건에 이르지만, 법원이 의료계 등의 손을 들어준 결정은 그동안 한건도 없었다.
앞서 1심(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신청인 적격’이 없다며 각하했지만, 항고심 재판부는 정부에 결정 전까지는 모든 절차를 진행하지 말 것을 요청하면서 증원의 근거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는 정부에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법령상 어떤 절차를 거쳐 언제 최종 확정되는지, 증원 규모 2000명은 어떻게 도출했는지 등 의대 증원 근거 자료 제출을 정부에 요청했다.
복지부는 지난 10일 2000명 증원의 과학적인 근거라고 했던 연구 보고서 3건과 각계가 참여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 대한의사협회(의협)과의 의료현안협의체 관련 보도자료, 교육부의 정원 배정심사위원회 회의 결과 자료 등 49건의 증거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제출 자료 중에는 ‘3000명 증원’을 제안한 대한종합병원협의회의 의견 자료, 의사들의 평균 연봉이 3억100만원에 달한다는 내용이 담긴 ‘의사 인력 임금 추이’ 통계 등도 포함됐다.
한편 이날 법원의 각하·기각 결정에도 이탈 중인 전공의들이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전공의들을 비롯한 의료계는 증원 유예가 아니라, 정부의 증원 계획 전체의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의 반발은 향후 더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국의과대학비대위는 의대 증원이 확정되면 1주일 휴진을 실시하고 매주 1회 휴진을 단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서울고등법원이 의대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 정지 신청의 항고심에서 각하·기각 결정을 한 1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