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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포럼] 정부가 보증하는 우수 디자인훈장 ‘GD마크’
뉴스종합| 2024-05-17 11:29

지난달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위크’에서 삼성전자는 ‘2030 디자인비전’을 발표하며 “신기술을 일상에 녹이는 촉진제로서 디자인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LG전자는 세계적 디자이너 및 디자인 전문기업과 협업해 만든 제품을 선보이며, 디자인을 통해 유럽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같이 글로벌 기업들이 디자인을 핵심 경영전략으로 활용 중인 이유는 디자인이 인간중심의 관점에서 심미성, 사용성, 경제성, 사회적 가치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더 나은 삶을 가져올 혁신’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은 더 윤택한 미래를 만드는 우수한 디자인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우수디자인상품선정’ 제도를 운영 중이다. 산업디자인진흥법에 따라 우수한 디자인상품을 선정해 정부 인증 ‘GD(Good Design)’ 마크를 부여한다. 1985년 디자인을 통한 수출증대와 경제발전이라는 당대의 염원을 이루고자 시작됐다.

GD상품 선정은 국가가 기업 상품의 디자인품질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그런 만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디자인을 심사하는 데 적합한 체계를 마련해 왔다.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특별상을 신설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3년 고령화 등 사회구성원 다변화에 따라 약자를 배려한 ‘유니버설디자인 특별상’, 2017년 신기술 융합을 독려하기 위한 ‘인간공학 디자인 특별상’, 2021년 인구구조 변화에 맞춘 ‘1인 가구를 위한 디자인 특별상’, 2022년에는 ESG경영의 대두에 따른 ‘그린디자인 특별상’이 도입됐다.

GD상품의 일대기를 보면 한국디자인사(史)도 알 수 있다. 1990년대까지는 대우전자 컬러TV 등의 백색가전, 2000년대는 삼성전자 애니콜, 현대차 싼타페 등의 IT제품과 자동차, 2010년대는 LG전자의 105인치 곡면 모니터와 같은 인간공학 디자인이 적용된 첨단제품 등이 수상하며 당대 약진했던 디자인 분야를 한 눈에 보여줬다.

2022년에는 디자인사의 전기가 된 수상 결과도 나왔다. 중소기업이 최초로 대통령상을 수상하면서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산업계 전반에 디자인 역량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디지털 미디어아트 기업 ‘디스트릭트’는 미국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상영된 ‘웨일 #2’을 통해 최고의 영예를 얻었다. 파도의 움직임에 따라 역동적으로 춤추는 고래를 초현실적으로 연출한 이 작품은 예술과 기술의 결합으로 새로운 경험을 창출했다는 평을 받았다. 세계적 기업고객이 늘고 있는 디스트릭트는 융합 디자인으로 경영 혁신을 이룬 대표적 중소기업 사례로 꼽힌다.

GD마크의 높은 공신력은 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휴대용 전원장치 스타트업인 ‘하이프네이트’는 지난해 여행용 충전기인 ‘UC01’을 출품해 GD상품 선정에서 금상(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이후 여러 곳에서 대량구매가 이뤄져 재고가 급격히 소진되는 등 큰 홍보효과를 누렸다.

우수디자인상품 선정은 자사의 디자인역량을 진단해보는 수단이자 디자인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디자인을 통해 상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효과적 수단이다. IBM의 2대 회장인 토마스 왓슨 주니어는 “굿 디자인은 굿 비즈니스”라 했다. 좋은 상품을 가졌음에도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라면 우수디자인 보증서인 GD마크로 경영혁신을 실현해보는 것은 어떨까.

윤상흠 디자인진흥원장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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