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 관계자들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질임금 인상, 최저임금 대폭 인상, 최저임금 산입범위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수출에 훈풍이 불면서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내수 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임금 인상률이 치솟는 물가 상승률을 밑돌면서 실질임금이 2년 연속 뒷걸음질 쳤기 때문이다. 소비 여력이 꺾인 각 가계가 지갑을 닫는 탓에, 경기는 더 악화하는 ‘악순환’이 심화하고 있다.
이 탓에 오는 21일부터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하는 2025년도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 내수 침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상 첫 최저임금 1만원 돌파’와 돌봄 등 ‘업종별 차등적용’에 모든 관심이 쏠려있지만, 그 보다 중요한 건 실질임금 하락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란 설명이다.
20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노사 대표와 공익위원 총 27명으로 이뤄진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차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회의에서는 고용노동부의 심의요청서 접수, 위원장 선출 등 2025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에 본격 착수하게 된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심의의 가장 큰 화두는 사상 처음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을 넘길 수 있을 지 여부다.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9860원인 만큼 역대 최소 상승률인 1.5%(2021년)보다 낮은 1.4%(140원)만 올라도 최저임금은 1만원이 된다. 장담하긴 이르지만 내년부터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다만 경제전문가들은 중요한 것은 ‘1만원’ 돌파가 아닌 ‘실질임금’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22, 2023년 물가가 큰 폭 오른 데 비해 임금 인상률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내수 침체가 심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명목임금에서 물가를 감안한 실질임금은 지난 2022년 사상 처음 0.2% 하락했고, 2023년엔 1.1% 떨어지면서 하락폭은 더 커졌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최저임금 추이와 국제 비교’ 보고서에 “최저임금이 본연의 역할을 하려면 인상률이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보다 높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계의 소비여력 확대 없이는 내수 침체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을 찾아 수산 매장에서 상인과 대화하며 수산물을 살피고 있다. 윤 대통령 오른쪽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 [연합] |
우리 경제성장률은 올해 1분기 ‘깜짝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직전분기 대비 1.3%다. 코로나 기간(2020~2021년)을 제외하면 4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우리 성장률을 2.2%에서 2.6%로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체감 경기와 밀접한 내수 전망은 불투명하다. 지난해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이 1%대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먹거리 물가는 6%대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KDI는 최근 상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에도 총소비 성장률이 1.7%에 그칠 것으로 봤다.
내수 부진이 심화할 경우 정부 지출을 확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전통적인 방식을 거부하고 있다. 재정건전성이 나쁘기 때문이다. 실제 2022년 1067조원에 그쳤던 국가 채무는 올해 1196조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 기간 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은 49%에서 51%로 올랐다. 이는 정부가 돈을 풀어 내수 경기를 부양할 여력이 부족해졌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2년 연속 이어진 실질임금 하락을 막기 위해선 그 어느 때보다 최저임금 책정이 중요하다. 최저임금은 실업급여, 육아휴직급여 등 각종 복지지출에 연동되는 만큼 소외계층의 ‘민생’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4월 16일 미국 워싱턴D.C의 마트인 웨그만스(Wegmans)에 진열된 후지 사과. 후지 사과 1파운드(0.45㎏) 가격은 1.99달러(약 2600원)다. 사진=김용훈 기자 |
임금이 내수 경기를 부양하는 사례는 최근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이 잇따르고 있는 미국 사례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실제 IMF는 지난달 16일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7%로 0.6%포인트 올리며 “미국의 지난해 경기 호황이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달 16일 유엔 경제사회국(DESA) 역시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3%로 1월 전망(1.4%)보다 0.9%포인트 상향했다. 최호상 국제금융센터 뉴욕사무소 소장은 “실질 임금 상승이 계속되면서 소비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 3월 미국 실질임금은 전년대비 0.6%포인트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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