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삼성 반도체 수장 전격 교체
뉴스종합| 2024-05-21 11:29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가 21일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신임 DS부문장에는 전영현 부회장이 선임됐다. 그동안 DS부문을 이끌어왔던 경계현 사장은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옮긴다. ▶관련기사 8면

재계는 연말 정기인사 시즌이 아닌데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수장을 교체한 것을 두고 이례적인 인사로 평가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반도체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제적 인사로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하에서 대내외 분위기를 일신해 반도체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1960년생인 전 부회장은 한양대 전자공학부, 카이스트 전자공학 석·박사 출신이다. 지난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해 D램·플래시 개발실장, 전략마케팅 팀장을 거쳐 2014년부터 메모리 사업부장(사장)을 역임했다. 2017년에는 삼성SDI로 자리를 옮겨 5년간 대표이사 역할을 수행하며 배터리 사업을 키웠다. 이후 삼성SDI 이사회 의장을 맡은 전 부회장은 작년 11월 정기인사에서 신설 조직인 미래사업기획단 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은 당시 전 부회장에게 삼성전자는 물론 전자 관계사들의 미래 먹거리 발굴이라는 특명을 내린 바 있다.

이번에 6개월 만에 전격적인 인사를 통해 ‘반도체 신화’ 주역인 전 부회장에게 삼성 반도체 사업의 구원투수 역할을 맡겼다. 전 부회장으로선 2017년 삼성SDI 사장에 선임되며 DS부문을 떠난 지 약 8년 만에 다시 돌아와 반도체 사업 최전선에 서게 된 셈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업황의 극심한 부진 속에 약 15조원에 가까운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최악의 실적을 냈다. 특히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내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삼성전자가 역점을 기울이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역시 아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1위인 대만 TSMC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도 크게 벌어져 있는 상태다.

이날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된 전 부회장의 당면 과제도 HBM과 파운드리 등 반도체 사업 전반에 걸친 경쟁력 강화가 꼽힌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전 부회장을 중심으로 당분간 조직 분위기 쇄신 및 기술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신규 선임된 전 부회장에 대해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라고 강조하며 “그간 축적된 풍부한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 부회장은 내년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거쳐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에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한편, 2022년부터 삼성전자 DS부문장을 맡아 반도체 사업을 총괄해왔던 경계현 사장은 전 부회장과 자리를 맞바꿔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이동한다. 반도체 사업의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스스로 부문장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경 사장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주도할 예정이다.

김현일 기자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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