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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지점이 사라진다…10대 증권사 OOO개 밑으로 추락, 왜? [투자360]
뉴스종합| 2024-05-21 15:36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톱(TOP) 10’ 증권사들의 국내 총 지점수가 올 들어 500곳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활용한 비대면 업무로 전환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고액자산가 대상 서비스로 대표되는 통합 자산관리(WM) 비즈니스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지점·인력 통합 작업에 각 증권사들이 박차를 가한 결과다.

21일 헤럴드경제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공시한 국내 10대 증권사(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의 ‘2024년 1분기 분기보고서’를 분석했다.

이 결과 지난 3월 31일 기준 10대 증권사의 국내 지점수는 478개로 1년 전 같은 기간 기록했던 536개와 비고했을 때 58개(10.82%)나 줄었다. 1년 전까지 운영됐던 지점 10곳 중 1곳 꼴로 문을 닫은 셈이다.

직전 분기인 작년 4분기(2023년 12월 31일) 기준 지점수(493개)와 비교했을 때도 불과 3개월 만에 지점수가 15개(3.04%)나 줄었다.

지점수 감소 현상은 소위 ‘빅(BIG) 5’로 불리는 증권사들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국내 증권업계 ‘빅5’로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이 꼽힌다.

지난 1년간 지점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증권사는 무려 16개(15.53%, 103→87개)가 줄어든 KB증권이었다.

가장 큰 감소율을 보인 곳은 -19.44%의 NH투자증권이었다. 기존 지점 5곳 중 1곳 꼴로 불과 1년 만에 사라진 셈이다. 14개 지점이 사라지며 감소 갯수 면에서도 KB증권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의 국내 지점이 각각 지난 1년간 9개, 4개씩 감소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최근 1년간은 지점 수가 1곳만 줄었다. 다만, 3년전(2021년 1분기, 52개)과 비교하면 지점수는 23개(44.23%)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반토막’이 난 셈이다.

‘빅 5’ 증권사 이외엔 신한투자증권의 지점수가 11개(14.47%, 76→65개)나 줄어들었다.

증권사들이 지점수 줄이기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이유로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확산하면서 기본적인 주식 매매·체결의 비대면 업무 비중 급증이 꼽힌다. 증권업계 관계자 A 씨는 “과거 일반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통해 주식 매매·체결 수수료 이윤에 집중했던 지점의 기능이 빠른 속도로 약화됐다”면서 “증권사들이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추구하면서 임대료 절감 등의 이유로 권역별 지점 통합 작업에 박차를 가한 것이 주 요인”이라고 짚었다.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리테일 전략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 B 씨는 “기업금융(IB) 부문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을 국내 증권사들이 수립하는 과정에서 지역 중심상권 기반의 지점 대형화를 통해 ‘고액자산가’로 대표되는 고객들에게 세무·법률·부동산 투자 관련 조언까지 전할 수 있는 ‘종합 금융 서비스(Total Finance Service)’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역량 집중에 나선 결과”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 C 씨는 “통합 작업으로 인해 지점 수는 감소했지만, 다양한 고객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점 관련 인력의 수는 오히려 늘어난 상황”이라며 “증권업계에선 능력이 우수한 세무, 법률 관련 전문 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증권사들은 최근 고액 자산가 밀집 거주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청담), 서초구(반포) 등에 새로운 대형 프라이빗뱅커(PB) 센터를 개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지날 수록 증권사들의 지점 통합 작업에 속도가 더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우려, 기업공개(IPO) 시장의 경쟁 격화 등 IB 부문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작은 것으로 평가되는 WM 부문에 대한 역량 강화에 증권사들이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지점 확대 전략을 넘어 고액 자산가 전담 브랜드 출범·강화 등 리테일 역량 제고를 위한 조직 개편에 각 증권사가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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