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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SK식 '안전' 이식한 중소 협력사, "5년째 '무재해', 대·중소 안전 상생 확산돼야"
뉴스종합| 2024-05-23 09:22
포이스 봉경환 대표이사가 22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반월단지 내 자사 공장에서 올해 1월 새롭게 구축한 '자동화물류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모두 5억5000만원이 투자된 이 시스템은 고용노동부의 '대·중소기업 안전보건 상생협력사업'을 통해 SK하이닉스와 정부의 도움으로 설치됐다. 봉 대표는 "시스템을 설치 전 사람이 직접 고소 작업대를 활용해 3m 높이에서 30~40㎏에 달하는 자재를 옮기다 보니 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았지만, 지금은 안전해졌다"고 설명했다. [사진=김용훈 기자]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만약 이 사다리를 계속 썼다면 포이스에서도 큰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최태호 고용노동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22일 경기도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반도체 제조 용기, 장비 생산업체인 포이스의 개선 전 클린룸 조립공정을 살펴보면서 “얼마 전 30㎝ 높이의 사다리에서 추락해 사망한 산재사고가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 고용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산업현장에서 사다리 작업 중 발생한 중대재해자가 200명을 넘어섰다. 사다리에서 작업하던 중 추락해 사망한 사고는 대부분 1~2m 내외의 높이에서의 추락이었다.

최태호 고용노동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이 22일 경기도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반도체 제조 용기, 장비 생산업체인 포이스의 개선 전 클린룸 조립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최 정책관은 “만약 이 사다리를 계속 썼다면 포이스에서도 큰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컸다”고 말했다. [사진=김용훈 기자]

최 정책관 말처럼 포이스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컨설팅 결과, 이 회사의 유해·위험기계기구 목록엔 클린룸 내 이동식 사다리도 포함됐다. 이동식 사다리의 산재발생 가능성(빈도) 정도는 ‘2(최대 5)’, 중대성(강도)은 ‘3(최대 4)’, 위험성은 ‘6(최대 20)’으로 측정됐다. 다행히 포이스는 작년 11월 클린룸 내 유틸리티 조립공정 내 산재발생 위험요인이던 이동식 사다리를 걷어내고, 고정식 작업발판을 설치했다. 고정식 작업발판은 위험성을 ‘2’까지 떨어뜨렸다.

유해·위험기계기구는 이 뿐 아니었다. 올해 2월 전까지 이 회사는 평균 250~300㎏에 달하는 자사의 생산품을 직원 6명이 직접 달라 붙어 포장했다. 생산품을 기울여 포장할 때마다 이 회사 직원들은 늘 ‘깔림’ 사고의 위험에 노출됐다. 하지만 회사가 취한 안전보건조치는 안전화와 이너캡을 착용하는 수준에 그쳤다. 산재발생 가능성 정도는 ‘3’, 중대성은 ‘4’, 위험성은 무려 ‘12’ 수준에 달했다. 이날 현장에 함께 한 한삼남 고용부 산재예방지도과장은 “얼마 전 충북 청주 플라스틱 제품 제조업체 설비 이설 공사 현장에서 이와 유사한 작업을 하다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포이스에선 그럴 일이 없어졌다. 이 회사는 올해 2월 틸팅리프트를 설치하고 보행식 전통기게차를 구비해 기계로 포장하도록 환경을 개선했다. 이 덕에 해당 작업의 위험성은 ‘2’ 수준까지 떨어졌다.

포이스 직원이 올해 2월 설치한 틸팅리프트와 보행식 전동지게차를 시현하고 있다. 포이스 안전 담당자는 "해당 설비를 설치하기 전 직원 6명이 직접 평균 250~300㎏에 달하는 생산품을 포장했던 탓에 '깔림'사고 위험이 컸다"고 말했다. [사진=김용훈 기자]

작업장 내부 곳곳에 위험요인이 도사리고 있던 포이스가 ‘안전한 작업장’으로 변모할 수 있던 결정적 계기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중소기업 안전보건 상생협력사업’ 덕분이다. 이는 대기업이 가진 산업안전 노하우를 협력업체 등 중소기업에 전수해주는 사업이다. 작년 해당 사업에 99억원을 썼던 고용부는 올해엔118억원으로 약 20% 증액했다. 이날 방문한 포이스를 도운 대기업은 SK하이닉스다. 작년과 올해 해당 사업에 모두 참여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포이스 같은 협력업체 114곳을 도왔고, 올해에는 63곳을 돕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이천캠퍼스 협력업체 안전보건 지원 예산으로 전년보다 3억6000만원 많은 총 12억7000만원을 책정했다.

협력업체의 안전보건 수준 향상을 위해 SK하이닉스는 협력업체 지원 전담조직 SHE상생협력팀을 꾸렸다.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실시, 현장 유해위험요인을 발굴했다. 이날 방문한 포이스도 그 중 하나다. 이 덕분에 협력업체 49곳은 위험성평가 인정을 받았고, 지난해 SK하이닉스 협력업체 114곳에선 단 한 명의 사고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해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자가 전체의 94.4%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최광문 SK하이닉스 부사장은 “SK하이닉스 협력업체의 ‘위험성평가 실행수준 평가’ 결과 전체 평균점수 82.3점을 웃도는 92점을 획득하는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상생협력사업의 수혜자인 협력업체의 만족도는 무척 높다. 다만 해당 사업의 수혜기업이 더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5년째 무재해를 이어가는 포이스의 봉경환 대표는 “창업 전 22년간 근로자로 일했지만 안전에 대해 그렇게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중소기업이 없었다”며 “사실 지금도 안산반월공단의 태반이 그렇다”고 말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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