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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생레몬이 뿅~’ 나오자마자 150만캔…“품절대란 하이볼, 주점서 구상했죠” [인터뷰]
뉴스종합| 2024-05-23 11:06
장주현 BGF리테일 주류팀 MD가 생레몬하이볼을 개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풀오픈탭을 열자, 둥근 생레몬슬라이스가 뿅~ 떠오른다.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캔 뚜껑을 따니 정말 ‘뿅~’하고 레몬이 떠올랐다. 손가락 두 마디보다 긴 지름의 레몬 슬라이스는 이자카야에서 맛본 향긋함을 잊게 했다. 너무 잘 팔려서 원래 쓰던 미국산 레몬에 더해 남미산 레몬까지 구해와야 할 상황이란다.

‘주류계 먹태깡’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제품은 편의점 내 주류계 전통 강자 카스와 참이슬의 일 매출까지 넘어섰다. 바로 CU 차별화 상품으로 탄생한 ‘생레몬하이볼’ 얘기다. 세상에 나온 지 25일 만에 100만 캔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 21일 기준 150만 캔을 넘었다. 출시 한 달을 맞은 23일, 제품을 기획한 장주현(32) BGF리테일 주류팀 MD(상품기획자)를 만나 탄생기를 들었다.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생레몬’이다. 생레몬이 깊이 잠수하고 있다가 떠오르는 비밀은 통조림처럼 개봉하는 ‘풀오픈탭’ 기술이다. 장 MD는 해당 기술을 설명하며 “과일 원물이 들어간 2세대 하이볼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23일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에서 장주현 BGF리테일 주류팀 MD가 생레몬하이볼을 들고 있다. 김희량 기자

그는 “남다른 개발 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품을 개발하는 평균 기간보다 3배 가까운 약 9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생레몬 때문이었다. 이태원의 한 타코집에서 병맥주에 레몬을 넣어 먹은 경험이 거름이 됐다. 그는 제조사에 연락해 상품화를 준비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기술적으로 어렵다’였다.

실제 생레몬은 자르는 순간부터 산화와 갈변이 발생한다. 게다가 촉촉해서 조각별로 분리하기도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에서 급박한 소식이 들어왔다. 관련 업계에서 건레몬 하이볼을 출시한다는 것이었다. 장 MD는 조바심이 났다. 누구보다 제품 출시를 위한 개발 과정을 단축해야 하는 과제까지 떠안았다.

그는 “보관이나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제조사 대표님을 20번 넘게 찾아가 설득했다”면서 “전화를 하도 많이 해서 몇 번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라고 회상했다.

제조사 부루구루는 8개월에 걸친 연구 끝에 특허까지 출원하며 생레몬을 캔 안에 담았다. 장 MD는 제조사의 노력에 상품 매입 대금 선지급이라는 ‘카드’로 보답했다. 보통 편의점 업계에서는 상품 매입 대금을 2달 뒤에 지급하는 관행이 있었다. 그는 내부 임원까지 설득해 이를 선지급하도록 했다.

그는 “레몬이나 캔 등 원부자재를 준비하는 중소 제조사 입장에서는 대금이 있어야 생산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당시 ‘대박’이 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실패하더라도 어떻게든 ‘내가 다 팔겠다’는 각오까지 가졌다”고 말했다.

생레몬이 들어있는 '생레몬하이볼'. 김희량 기자

선지급은 대박을 예감한 장 MD의 밑그림이었다. 선지급으로 초기 물량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었다. 그의 노력으로 주당 30만 캔이었던 제조사의 기존 납품 역량은 50만 캔으로 늘었다. 그의 기대와 제조사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였다.

제품이 기대 이상으로 잘 팔리자, CU 매장들도 조바심이 났다. 출시 직후 “주당 50만 캔을 생산해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이 들렸다. 장 MD에게 레몬하이볼을 어떻게 구할 수 있냐는 질문도 쏟아졌다. 그는 “현재 매장당 최대 6캔 제한이 있어 사장님과 친해져서 예약 물량을 선점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귀띔했다.

‘차별화 상품’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주류 MD의 직업상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장 MD는 “일주일에 2~3번은 주점을 찾아가 메뉴판을 공부한다”며 “메뉴판을 오래 보기도 하고, 맛을 보면서 술 사진을 모으는 습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근거리 경쟁을 하는 편의점 특성을 고려해 ‘CU를 와야 하는 이유’를 증명할 상품을 계속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 MD의 휴대폰에는 색감이 뚜렷한 맥주와 손글씨가 매력적인 미니 위스키 사진 등이 있었다. 맛뿐만 아니라 패키지 등 시각적 요소까지 고민하는 흔적이 엿보였다.

생레몬하이볼의 제조사 부루구루 공장 전경. [BGF리테일 제공]

알고 보면 BGF리테일 주류팀은 지난해 11월 출범한 신생팀이다. 팀원 5명은 모두 MZ세대, 그리고 팀원 5명 중 4명이 90년대생이다. 장 MD는 “서로 장난도 치며 아이디어를 서로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 기획에 도움이 된다”면서 “박람회 등 해외 행사에 팀원이 다녀올 수 있도록 회사에서 전폭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레몬하이볼의 폭발적인 인기에 유사 상품도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장 MD는 “생레몬하이볼을 이을 후속 생과일 하이볼의 하반기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남들보다 한발 앞선 그의 올해 목표는 무엇일까. 장 MD는 “‘세상을 놀라게 하는 상품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MD가 되었는데 올해 그 꿈을 이룬 해가 될 것 같다”며 “하이볼 업계의 1000만 캔 신화와 함께 ‘올해의 우수사원’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수줍게 말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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