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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시론] 건전한 가스소비환경 조성, 요금 정상화가 답이다
뉴스종합| 2024-05-23 11:14

최근 가스 요금 인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지난해 말 13조 원을 넘었고, 다소 안정됐던 국제 유가와 환율도 중동 분쟁 확대로 재상승하고 있다. 마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는 형국으로, 2021년 말 1조8000억 원이던 민수용 미수금은 2022년 네 차례 요금 인상에도 국제 시세를 따라잡지 못해 같은 해 말 8조6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우리나라는 국민 삶의 필수 자원 중 하나인 천연가스를 전량 수입한다. 특히 남북 분단이라는 지정학적 특성상 유럽처럼 배관으로 가스를 공급 받을 수 없어 LNG를 수입해 기화하는 공정을 거치는데, 이런 공공성·전문성 때문에 LNG 조달과 국내 도매 공급은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맡고 있다.

천연가스 도매 요금은 원료비와 공급비용으로 구성되며, 원료비는 LNG 수입 비용, 공급비용은 저장탱크·배관설비 등 가스공사가 국내 공급을 위해 지출한 투자비를 각각 반영한다. 이 도매 요금의 약 90%는 원료비로, 가스공사는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마진 없이 도입에 소요된 원가만 반영할 수 있다. 저가에 원재료를 구매하고 고가에 제품을 판매해 차익을 얻는 방식이 허용되지 않고, 반대로 원가만큼 요금을 받지 못하면 추후 정부 승인으로 요금에 반영하는 구조다. 즉, 원료비 연동제는 원료비에서 발생 가능한 손익을 배제해 국가 천연가스 수급을 책임지는 가스공사가 안정적으로 LNG를 조달하게 하는 수단이다.

현재 민수용을 제외한 다른 용도 요금은 원료비 연동제를 통해 매월 국제 유가·환율을 반영하나, 민수용은 연동제가 유보돼 원가 이하에 계속 머물러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오른 생활 물가가 요금 인상에 대한 소비자의 피로도를 높이고 있는데, 정부가 연동제 복귀를 통한 요금 정상화를 망설이는 것도 그런 민심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게다. 그렇다면 원가보다 낮은 요금이 정말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까. 낮은 요금은 과소비를 유발해 국제 시장에서 타 원료 대비 고가인 LNG 구매를 늘리고, 이는 다시 원료비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상대 가격이 왜곡된 에너지 소비 구조는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늘어난 미수금만큼 부족해진 대금 지불 능력을 채우고자 2022년 말 사채 발행 한도를 400%에서 500%로 올렸고, 지난해 말 부채 비율은 483%를 기록했다. 미수금 규모도 자본총액 9.8조 원을 훌쩍 넘겼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과 같은 충격이 또 발생해도 문제없이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가스공사는 부채 감축과 LNG 수입 비용 절감 등 자구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미수금이 해소되지 않는다. 미수금은 결국 소비자가 부담할 부채다. 그 금액도 점점 커지고 있고, 장기화돼 현재와 미래 소비자가 달라지면 형평성 문제도 생긴다. 이를 요금 인상이 아닌 방식으로 해결하려면 어디서 재원을 조달할지도 명확하지 않다. 취약계층 지원은 물론 계속돼야 하지만, 미수금 해소와 건전한 가스 소비 환경 조성을 위한 근본 해법은 결국 요금 정상화밖에 없다.

안홍복 계명대 회계세무학부 교수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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