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영풍, 다시 40만원 밑으로...증권가 “서린상사 법원결정 타격”
뉴스종합| 2024-05-23 11:16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이 최근 주가 40만원선이 다시 무너지는 등 시련의 시기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사 간 갈등의 또 다른 핵심축으로 꼽히는 서린상사의 임시 주주총회 개최 여부와 관련 법원이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주며 하락세가 두드러졌다는 분석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영풍의 주가는 지난 22일 종가 기준 39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전 거래일 대비 3.41% 하락한 것으로, 이날도 장 초반 2% 가까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영풍의 주가는 ‘75년 동업관계’를 이어왔던 고려아연과의 협업 중단 이후 뚜렷한 하락세를 그리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40만원 선이 무너지며 10년래 최저치를 찍었고, 이후 반등을 시도했지만 전일 다시 40만원 아래로 주저앉으며 돌파구를 좀처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영풍과 고려아연의 분쟁 과정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상황들이 영풍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영풍의 핵심 계열사인 서린상사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도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 50부(부장판사 김상훈)는 고려아연이 신청한 서린상사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을 인용하는 한편 “고려아연의 의결권을 제한해 달라”는 영풍 측 요청은 기각했다.

영풍은 그동안 고려아연이 최대주주로 있는 서린상사(고려아연 지분 66.7%, 영풍 지분 33.3%)에서 주도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면서 자사 제품의 수출과 판매, 물류 업무 등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오는 6월께 고려아연이 추천한 이사진이 새롭게 합류하게 될 경우 서린상사의 운영방식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또한 고려아연 측도 “원료의 공동구매와 황산 취급 대행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본업인 제련 사업 등에서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제기되는 실정이다.

실적에서도 이같은 변화의 여파가 반영되고 있다. 영풍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7414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6.8% 감소했고, 영업손실도 같은 기간 283억원에서 올해는 432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일부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고려아연과의 경영권 갈등에도 영풍이 신사업을 위한 투자는 고사하고 본업인 제련 사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노력이나 개선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영풍이 창업 이래 이른바 ‘무차입 경영’이라는 보수적 기조를 고수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영풍은 연결 기준 5조원을 넘는 자산 규모를 유지하는 반면 부채는 1조원대를 보이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영풍의 PBR(Price to Book Ratio)은 지난해 말 기준 0.18배로 업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수치로, 1 미만이면 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모두 매각하고 사업을 청산했을 때 가치보다 주가가 낮게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영풍이 실적 개선을 통한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사업 개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주가의 반등을 위해) 지금 끌어안고 있는 자산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고, 아울러 상장사라는 책임감을 갖고 경영 상황이나 기업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노력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영풍그룹의 장씨 일가가 석포제련소 등 본업 경쟁력을 외면한 채 고려아연의 지분 매입에 몰두하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현재 자본시장에서 코리아써키트와 테라닉스 등 영풍 계열사를 동원해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 늘리기가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근본적인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책임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양대근·유동현 기자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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