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전문성보다 전투력”…민주당, 운영·법사위원장 목매는 까닭 [이런정치]
뉴스종합| 2024-05-24 09:33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여야 간 22대 국회 원(院)구성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위원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여야 간 이견이 큰 법안들의 신속한 통과를 위해 전투력 높은 법사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3-4선이 맡아온 관례를 깨고 의장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6선 추미애 당선인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운영위의 경우 ‘개혁기동대장’을 자처한 박찬대 원내대표가 위원장 자리에서 대통령실을 향한 의혹 공세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 4인은 오는 25일 서울 모처에서 만나 원구성 관련 논의를 나눈다. 민주당은 법사위와 운영위 위원장 자리를 가져오는 안을 기본 전제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오랜 국회의 관례를 깨는 행태라며 반발하고 있다. 법사위원장은 원내 2당이, 운영위원장은 집권당이 맡아왔다는 주장이다. 총선 대승을 거둔 민주당은 민의를 받들어야 한다는 명분을, 국민의힘은 야당의 입법 독주를 저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각각 내세우고 있어 여야 간 협상은 당분간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법사위원장은 법안 통과의 ‘수문장’으로 통한다. 법사위는 타 상임위에서 검토한 법안을 본회의에 올리기 전 심사하고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상임위이기 때문이다. 22대 국회 중점추진 법안 56개를 제시하며 강한 입법 드라이브를 예고한 민주당 입장에선 법사위원장 확보가 필수적이다. 해당 법안들에는 여야 간 이견이 커 21대 국회에서 계류해 폐기 예정인 법안들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된 법안들이 대거 포함돼있다. 특히 권력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검찰개혁법·감사원법과, 김건희특검·채상병특검·대장동50억클럽특검 등 정부여당을 정면으로 겨냥하는 특검법은 법사위에서 자체적으로 다루게 될 법안들이다.

박찬대(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상섭 기자

민주당의 법사위 탈환 의지에는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 부담을 안기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총선 참패로 야권에 192석을 내준 국민의힘은 사실상 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막아낼 방법이 없어 대통령의 거부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태운 법안의 계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도 입법 강공을 뒷받침할 요소다. 국회법상 패스트트랙을 탄 법안 통과는 해당 상임위에서 180일, 법사위에서 90일, 본회의는 60일 이내 상정 단계를 밟아 최장 330일까지 소요될 수 있다. 법사위원장을 확보하면 90일을 단축할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을 관장하는 운영위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채양명주’를 내세워 의혹제기를 지속하는 상황과 연계해 수시로 위원회를 열어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현안질의를 거듭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채양명주는 ▷이태원 참사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은폐 의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을 줄인 말이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거대 야권을 형성한 총선에 담긴 민의는 정부와 대통령실을 제대로 견제하라는 의미”라며 “이채양명주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민주당의 입장에서 운영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우리도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강조했다.

법사위와 운영위에 이어 당선인들의 최고 인기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둔 협상도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1대에서 김민기 국토위원장을 필두로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 관련 난타전을 연출한 바 있다. 국토위를 지망한 한 당선인은 통화에서 “정부와 관련된 의혹이 워낙 많지만 고속도로 의혹은 꼭 짚어야 할 문제”라며 “22대에서도 강하게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당은 방송3법 통과와 더불어 언론개혁에 적극 나서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사수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y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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