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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장려금 지원 나선 MZ노조 위원장 "저출산 피해, 20~40대 노동자가 가장 심각"[0.7의 경고, 함께돌봄 2024]
뉴스종합| 2024-05-24 09:44
송시영 올바른노동조합 위원장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저출산 문제는 노동력 확보 어려움으로 직결됩니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단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 문제에 적극 나서기로 했습니다.”

이른바 ‘MZ(밀레니얼+Z세대)노조’로 유명한 서울교통공사 제3노조 ‘올(All)바른노동조합’은 올해 7월부터 조합원들에게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사측이 아닌 노조가 대신 나서 출산 장려금을 지원하는 건 이례적이다.

올바른노동조합 송시영 위원장은 24일 헤럴드경제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저출산으로 국가 기반이 무너지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지금의 젊은 노동자들”이라며 노조가 출산장려금 지급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노조는 첫째는 100만원, 둘째는 200만원의 장려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출산 장려금의 재원은 조합비로 조성한 ‘노조 기금’이다.

정부는 기업이 지급하는 출산장려금을 근로소득으로 간주하고 전액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노조가 출산장려금을 지급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어 마찬가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지는 명확하지가 않다. 송 위원장은 “만약 세금 부과 문제가 있다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당당하게 정부에 요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송 위원장은 지난 2021년 8월 올바른노조를 만들었다. 제1 노조인 민주노총 산하 ‘공사노조’, 2노조인 한국노총 산하 ‘통합노조’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40대 초반 젊은 조합원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해 ‘MZ노조’로 불린다. 지난해 2월 대기업 사무직 노조와 공공기관 노조 8곳을 주축으로 출범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들은 불필요한 정치 구호를 외치는 대신 실질적인 근로조건 향상을 지향하겠다면서 기존 노조와 차별성을 부각하기도 했다. 새로고침에 가입한 노조는 1년 만에 8곳에서 16곳으로, 조합원은 6000명에서 1만명으로 늘었다.

송 위원장은 “미래세대에 더 좋은 노동환경, 정치적 이해관계가 깊지 않은 진짜 노동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면서 “다양하고 참신하며 올바른 목소리를 내어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출산 피해, 20~40대 노동자가 가장 심각”

―노조가 출산장려금 지원에 나서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노동단체 입장에서 저출산 문제는 결국 노동력 확보가 어렵다는 문제로 직결된다. 노동력 확보가 안되면 조직이 무너지고, 회사가 무너지고, 국가 경제가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무엇보다 그로 인한 피해는 20~40대 젊은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입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지속 가능한 단체, 사회를 위해 이 문제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궁극적으로 노동과 직결된 사회적 문제 해결에 나서, 노동자 단체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바꾸고 영향력을 확대하면 교섭력과 투쟁력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출산장려금을 조합원이 낸 조합비로 감당할 수 있나.

▶올바른노조의 조합비는 현재 직급과 상관없이 1만원이다. 지금까진 문제없이 유지가 됐지만 1만원으로는 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액 증액할 예정이다. 일정 비율(%)을 출산장려금, 사망시 위로금(금액 미정), 쟁위행위(파업) 보조기금으로 적립해 운영할 예정이다. 정확한 조사는 사실상 힘들지만, 평균적으로 1년간 조합원들이 출산하는 자녀의 숫자를 20~30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사측이 지급하는 출산장려금은 전액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노조 출산장려금은 전례가 없는데.

▶세금이 얼마나 부과될지는 올해 7월 실제 출산장려금 지급 이후에 알겠지만, 세금 부과 문제가 있다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 당당하게 요구할 계획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부 제도들이 현장에서 활용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공사의 경우 교대근로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공무원과 같은 수준의 유연근무제가 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하루 단위 밖에 쓸 수 없는 문제도 있다. 우리는 정기적인 간담회와 조사를 통해 의견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교섭에서 요구할 계획이다. 여기에 필요한 세제 혜택과 지원은 정부에 요구할 것이다.

노조가 ‘소개팅’ 주선에 나서는 이유는?

―조합원 대상으로 ‘결혼·출산을 안 하는 이유’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들었다.

▶노조가 지난달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결혼·출산을 안 하는 이유’에 대해 설문 조사를 했더니 1위는 경제적 부담(70.2%) 이었고, ‘상대를 만날 기회나 결혼을 원하는 상대가 없다’는 응답이 42.6%로 2위였다. 그다음으로 ‘개인의 삶을 중시하거나 필요성 자체를 못 느낀다’는 응답은 23%였다. 다른 의견으로는 사회적 인식 변화, 혹은 매체를 통한 부정적인 결혼 문화 등 여러 가지로 인식이 안 좋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노·사·정 모두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설문 이후 노조가 나서 ‘사내 소개팅’을 기획했다고도 들었는데.

▶우리 노동조합 조합원이 비교적 젊은 세대가 많은 만큼 요구에 대한 답을 주고 싶었다. 신원이 보장된 미혼 남녀 간 교류 행사나 사내 소개팅을 기획해 조합원들이 상대방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

"미래세대에 더 나은 노동환경 만들어주고 싶어"
2023년 2월 21일 오후 서울 동자 아트홀에서 열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발대식에서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이 협의회를 소개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DB]

―4월 총선 당시 국민의힘에서 영입을 제안했다고 들었다. 고사한 이유가 있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우리 회사를 올바르게 개혁하는데 현재는 저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또, 한 공단의 당론과 제가 가진 노동에 대한 소신이 부딪힌다면 어떤 결정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의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사회적 대화가 중단된 지 한 달도 더 지났다. 어떻게 생각하나.

▶노-정 갈등이 심하든 아니든 사회적 대화는 지속돼야 한다. 사회적 대화를 하지 못해 발생하는 피해는 현장에서 일하는 진짜 노동자들이 보기 때문이다.

―앞서 여당에선 경사노위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참여 의사가 있나.

▶물론이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를 만든 이유 중 하나는 태어날 미래세대에게 더 나은 노동환경, 정치적 이해관계가 깊지 않은 진짜 노동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양하고 참신하고 올바른 목소리를 내어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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