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서해 경비 이상무’…인천상륙작전 등불된 팔미도까지 단 30분[르포]
뉴스종합| 2024-05-24 11:07
인천해경 소속 공기부양정(호버크래프트)이 팔미도 해안에 접안한 모습. 인천항에서 출발한지 약 30분만 팔미도 해변에 도착했다. 이민경 기자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이런 납작한 배도 있던가?” 고무 튜브를 선체 외부에 두른 듯한 작은 소형 선박에 올랐다. ‘작지만 큰섬’ 인천의 팔미도에 가기 위해서다. 조수 간만차가 크고 수심이 얕은 서해 소형 섬들의 가장 큰 문제는 ‘접안(接岸)’이다. 접안 어려움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자가 직접 탔던 공기부양정(호버크래프트)이다.

지난 23일 오후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공기부양정(인천해경 소속)을 타고 팔미도로 향했다. 이날 해경은 선박교통관제(VTS·Vessel Traffic Service) 업무가 해양수산부에서 해양경찰청으로 이관된 지 10년을 기념해 인천항 VTS에서 중요한 요지인 팔미도 시찰에 나섰다.

팔미도는 6.25 전쟁의 주요 변곡점이었던 ‘인천상륙작전’에 빠질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유엔 등 연합군은 전쟁 발발 두어달 만에 국군이 부산까지 밀리자 인천상륙을 감행하는데 야간 상륙을 위해선 밤을 밝힐 ‘등대’가 반드시 필요했다. 이를 위해 상륙 전 반드시 확보해야 했던 요충지가 팔미도였다. 당시 북한이 점령했던 등대를 되찾아 불을 밝혀, 무사히 인천상륙이 성공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호버크래프트를 타고 팔미도로 향하던 날은 하늘엔 구름이 없었고 바람은 잔잔했다. 문제는 배 그 자체에 있었다. 호버크래프트가 운항을 위해 스커트에 바람을 불어 넣자 몸이 위아래로 통,통,통 튀었다. 손에 쥔 음료수가 용기 밖으로 넘칠까 걱정될 정도로 요동쳤다. 객실 창밖으로 보이는 바깥의 풍경은 빠르게 뒤로 움직였다. 이제 앞으로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격한 떨림의 이유는 공기부양정이 수면에서 10㎝ 떠서 이동하기 때문이다. 다른 배들처럼 물 속에 잠기는 부분이 없어 수심이 얕은 바다, 갯벌에서도 이동할 수 있다. 반대로 파도가 조금이라도 거셀 때에는 운항을 하지 못한다.

해경 공기부양정 조타실에서 본 팔미도 모습. 이민경 기자.

속도는 꽤 빨라서 30분이면 팔미도에 닿을 수 있었다. 여객용 유람선은 50분 정도가 소요된다. 해경 관계자는 “유람선 속도가 10노트(약 18㎞/h) 정도면 해경정은 20노트의 속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팔미도는 2009년 군사지역에서 해제돼 현재는 민간인도 출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거주하는 민간인은 없으며, 해군2함대와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들이 상주하며 지키고 있다. 막 민간에 개방됐을 당시에는 하루 평균 입도 인원이 2000명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찾는 이들이 줄어 주말에만 유람선이 운영된다.

100년이 넘은 구등대는 여전히 불이 켜지지만 그 옆에 새로 지어진 팔팔한 신등대가 역할을 이어받아 운영되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등대의 불빛이 너무 강해서 밤에도 송도 신도시 아파트 일부 세대는 암막커튼이 필수라고 한다”고 현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6.25 전쟁의 승패를 뒤바꾼 인천상륙작전에서 불빛으로 연합군을 안전하게 이끈 팔미도 등대. 지금도 불이 들어오지만 가동하지 않고 있다. 이민경 기자.

팔미도에 주둔하고 있는 해군의 주 임무는 전파탐지다. 쉽게 말해 중국 등 해외로부터의 밀항, 밀입국을 잡아내는 역할이다. 레이더를 쏘아 반사되는 신호로 선박을 감지하는데, 지난해 8월 벌어진 제트스키 밀입국 사례처럼 플라스틱의 경우엔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해경 관계자는 설명했다. 초유의 제트스키 밀입국으로 화제가 된 중국 남성은 중국 산둥반도에서 연료를 보충해가며 300㎞가 넘게 달려왔지만 갯벌로 변한 서해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되자 스스로 119에 구조전화해 결국 해경에 잡혔다.

팔미도를 비롯해 인천항 관제구역은 완벽한 영해구역이라 NLL(북방한계선)·EEZ(베타적 경제수역)과는 달리 중국 불법 어선의 침범 사례는 벌어지지 않는다. 만약 중국 어선이 인천항에 무단으로 들어오면 그 즉시 배는 몰수돼 폐기된다. 다만, 수도권의 관문으로, 지난해 기준 선박통항량(입항·출항·이동·통과)이 무려 14만842척에 이르는 인천항에서 선박간의 안전한 운항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바다에서 배와 인명의 총책임자인 해경은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해경에서 VTS를 10년간 운영한 결과, 관제면적은 84% 증가하였으나 관제구역내 사고는 더이상 늘어나지 않았다”며, “국민들도 VTS의 안전기능이 강화됐으며, 해양사고 위험상황을 미연에 방지해 선박안전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한 만큼, 앞으로도 시스템 고도화 등을 통해 선박 교통의 안전 확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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