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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깊어지는 주담대 차주들...은행채 금리는 오르락내리락
뉴스종합| 2024-05-24 11:14

“기준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4월보다 커졌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과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고 금리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차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소폭 하락하기는 했지만, 당분간 눈치보기 장세에서 고금리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어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미 기준금리가 당분간 현재 수준을 지속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예상 밖 경제 성장마저 나타나면서 조기 금리 인하는 명분이 약해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기준금리를 3.50%에서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상방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있지만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물가 상방 압력’ 표현은 이번에 처음 들어간 것이다. 통화정책의 목표가 물가 안정이고, 이날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까지 상향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금리 인하는 늦춰질 것이란 선언과 같다.

소비 지표 마저 견조하다. 한은은 이날 민간소비 증가율 역시 기존 1.6%에서 1.8%로 0.2%포인트 올려잡았다. 수출 대비 성장 위험 요소로 꼽혔던 내수 마저 눈높이를 높여도 된다고 제시한 것이다.

금리 인하에 힘을 싣었던 부동산 경기도 여전히 마이너스이긴 하나, 상황은 나아지고 있다.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을 -2.6%로 봤었는데, 석달 만에 -2.0%로 0.6%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건설 경기는 좋지 않지만, 금리 조정을 서두를 만큼 악화 일로는 아니라는 얘기다.

미국 역시 고용지표와 경기·소비지표가 견조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을 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까지 정책금리가 동결될 확률을 47.3%로 반영했다. 직전 거래일보다 6%포인트 가량 뛰며 1차례 인하할 확률(46.5%)보다 높아진 것이다.

금리 하방 압력이 약해지면서 대출금리 관련 불확실성은 커지는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 주택담보대출 혼합형(5년 고정금리)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달 말 3.933%에서 이달 17일 3.742%까지 떨어졌다가 21일 3.774%로 반등했다. 금통위 영향에 채권금리가 하락한 23일엔 3.748%로 다시 내리기도 했다.

주요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이달 들어 소폭 하락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향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주택담보대출의 변동형 금리는 4월 말 3.820~6.831%에서 이달 23일 3.800~6.808%로, 5년 고정형 금리는 같은 기간 3.430~5.906%에서 3.250~5.870%로 낮아졌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에 발맞춰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상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려 대출문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차주들의 고민을 깊게 하는 요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이 3월에 신규 취급한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한 가산금리는 평균 2.866%로, 전달 대비 0.112%포인트 올랐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며 “당분간 지금처럼 높은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큰 만큼 기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계속되는 한편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소비자들의 고민도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준금리 인하는 한은이 예상한 물가 경로대로라면, 하반기 후반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전일 물가상승률이 2.3~2.4% 정도로 내려가면 금리 인하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는데, 한은의 하반기 소비자물가 전망이 2.4%다. 때문에 주요 투자은행(IB)들은 7~9월 월간 물가를 확인하면 10월께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은은 이날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내렸다. 2.1% 성장은 잠재성장률(2.0%) 수준으로, 올해 성장이 내년까지 이어지기 어려울 것을 예고한 셈이다.

다만 이는 또다시 수정될 수 있다. 이 총재는 “하반기에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지난 4월에 비해 훨씬 커졌다”면서 “금리 인하 시점을 확인하고 그다음 폭을 생각해야 할 텐데, 인하 시점의 불확실성이 커서 아직 거기까지 논의를 안 했다”고 강조했다. 강승연 기자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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