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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광장] K-벤처 글로벌 도전 ‘라인사태’로 꺾여선 안된다
뉴스종합| 2024-05-24 11:26

데이터패권을 두고 국가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각국이 ‘디지털 무역장벽’을 더욱 높이 쌓고 있다. 미국·일본 등 주요 국가는 데이터를 거머쥔 플랫폼이 경제·문화·사회 등 다방면에서 영향력을 미친다고 보고 데이터 보호무역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네이버를 향한 압박은 국내에서 ‘라인사태’로까지 불리며 이목이 쏠린다. 라인야후는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성공신화로 꼽히는 만큼 정부와 기업 모두 신중한 입장을 취하며 향후 여러 가지 대응책을 놓고 고심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국내 벤처기업들에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2021년 기준 한국의 GDP(1조8100억달러)는 세계시장(96조5100억달러)의 1.9%에 불과하다. 우리 기업들이 내수시장만 바라봐선 답이 없다는 뜻이다. 기업들이 해외시장에 도전하고, 처음부터 글로벌을 목표로 창업을 해야 하는 이유다.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시장을 장악한 당근마켓은 2019년 ‘캐롯’이라는 이름으로 영국에 첫 발을 내딛은 이후 캐나다와 미국에 진출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농식품 벤처기업 중 최초로 유니콘기업이 된 트릿지는 AI 기반 농수산물 무역거래를 제공하며 전 세계를 기반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하이퍼커넥트(아자르)는 글로벌 이용자 비중이 99%에 달하는 대표적 글로벌 영상메신저로 성장했다.

세계 여러나라는 자국에 진출한 해외기업에게 투자 강화 및 세제혜택, 자국기업과의 개방형 협력, 인재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최근 열린 ‘스시테크도쿄 2024’에서 도쿄도의 적극적인 해외 스타트업 지원책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일본은 문화적·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그동안 디지털전환(DX)이 더뎠던 것이 우리 기업들에게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정보통신백서를 보면 2022년 기준 일본 기업들의 디지털전환 진행도는 48.4%로, 미국(78.6%)이나 중국(88.3%)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기술력을 갖춘 대한민국 벤처기업들이 진입할 여지가 많은 것이다.

지금 세계 경제는 수요둔화 속에서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까지 강화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다. 특히나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이미 경고등을 넘어 비상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해법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경제동맹국들과 연대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장 창출의 기회를 만들어 내야하는 것이다.

협회가 독일·영국 등 해외 글로벌기업과의 개방형 협력과 일본 신경제연맹 등의 경제 단체들과 협약을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동 비즈니스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등 벤처기업의 글로벌 시장 도전에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故) 이민화 초대 벤처기업협회장은 일찌감치 “국제협력을 통한 개방적 무역을 하는 국가는 번영했다. 하지만 독자적으로 자력갱생을 추구한 국가는 추락한다”고 갈파했다. 글로벌화가 대한민국의 살 길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벤처의 글로벌 시장 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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