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콧대높던’ 美 유통업체, 소비자 지갑 닫히자 결국 가격인하
뉴스종합| 2024-05-24 11:31
22일(현지시간) 로스엔젤레스의 타켓 매장 식품코너에 가격 인하를 알리는 가격표가 붙어 있다. [EPA]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고물가에 시달리는 미국 소비자들이 식료품까지 소비를 줄이자 타겟, 알디,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할 수 없이 가격을 내리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타겟은 최근 우유, 빵 등 생필품 약 5000개 품목의 가격을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타겟은 보도자료를 통해 “올 여름 소비자들은 수백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빠르게 체인망을 확장하고 있는 식료품 체인 알디도 250개 품목에 대한 가격 인하 방침을 밝혔다.

월마트는 이달 초 새로운 자체 브랜드(PB) ‘베터굿즈(Bettergoods)’를 출시하고 300개 이상의 제품을 내놓는다고 발표했다. 베터굿즈는 유기농·무첨가 식료품을 2~15달러에 판매하는데 이중 70% 이상이 5달러 미만 제품으로 구성돼 식료품 가격 인하 효과가 있다.

미 백악관은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기록적인 수익을 올린 식료품 유통업체들에게 소비자를 위해 가격을 낮출 것을 촉구했고 그들은 그 요청에 응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주요 식료품 유통업체들이 20년 만에 가장 높은 이윤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제 분석가들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인플레이션을 틈타 과도한 폭리를 취해왔다고 지적한다. 경제정책 싱크탱크인 그라운드워크 콜라보레이티브의 린지오웬스 전무는 “기업들은 자체 비용이 상승하는 것 이상으로 마진을 높여왔고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했다”고 꼬집었다. 식료품 가격은 2020년 이후 거의 27% 급등하며 전체 인플레이션을 주도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통폐합은 업체들이 폭리를 취하는 데 좋은 환경을 마련해줬다. 지난 25년 동안 미 전역의 식료품점 수가 30% 감소했다. 식료품 판매 매출의 약 3분의 1이 4대 업체에 집중됐다. 알바로 베도야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은 “경쟁이 없는 상황에서 유통업체들은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소비자들은 장을 보기 위해 빚까지 내는 상황에 몰렸다. 싱크탱크 어반인스티튜트에 따르면 많은 가정이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해 신용카드 대출과 선구매 후지불(Buy Now Pay Later)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이제 소비자들은 식료품 구입 자체를 망설이거나 영세 식료품점을 찾고 있다.

아이오와주에 거주하는 와이어트 윌리엄스는 더이상 대형 식료품 체인에서 쇼핑을 하지 않는다. 대신 30분 거리의 시골에 있는 식료품 도매업체로 가서 장을 본다. 그는 “저축한 돈까지 떨어져 간다”며 쇼핑 방법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윌리엄스 같은 소비자가 늘면서 타겟의 매출은 지난 1분기 매출이 3.2% 줄었다. 닐 사우더스 글로벌 데이터 전무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다른 곳에서 더 싸게 쇼핑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타겟은 고객과 점유율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브라이언 길덴버그 코어사이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미국인들은 가계 재정 건전성에 대해 점점 더 암울한 전망을 하고 있고 이를 주목한 소매업체들이 가격을 정상으로 돌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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