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학폭에 망막 훼손, 실명 위기까지"…가해학생, 반 옮겨도 '2차 가해' 지속
뉴스종합| 2024-05-24 16:02
폭행으로 망막이 훼손된 학생 얼굴.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충남 아산에서 학교 폭력을 가한 학생에게 학급 분리조치 처분이 내려졌음에도 2차 가해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폭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의 폭력에 망막이 훼손되고 실명 위기까지 왔지만, 가해학생은 바로 옆반으로 옮긴 뒤에도 마주칠 때마다 욕설을 하거나 어깨를 치는 등 2차 가해를 지속하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3월7일 중학교 1학년인 A(13)군은 방과 후 아산 모처에서 동급생 5명에 둘러싸여 이 중 같은 반 친구인 B(13)군에게 폭행을 당했다.

B군은 A군 몸 위에 올라타 왼쪽 눈과 얼굴에 여러차례 주먹을 휘둘렀고, A군은 왼쪽 눈이 망막 안쪽까지 훼손돼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아 실명 위기까지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A군 측에 따르면, A군은 지난해 11월 아산으로 이사한 뒤 친분이 없던 B군으로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욕설이 섞인 협박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같은 중학교, 같은 반에 배정된 뒤 B군의 괴롭힘은 더 노골적으로 변하면서 입학한 지 일주일도 안 돼 학폭 사건이 발생했다.

학교폭력심의위원회 심의 결과, B군에게는 강제 전학 아래 단계인 학급 교체 처분과 접근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정당방위 등을 한 A군에게는 서면 사과 처분이 내려졌다.

하지만 B군은 A군 바로 옆반으로 학급이 교체됐고, 이후에도 A군은 교내에서 B군을 계속 마주치며 2차 가해는 계속됐다.

A군 어머니는 "가해 학생이 아이 반까지 찾아와 도발하고 지나칠 때마다 욕설을 내뱉거나 어깨를 툭 치는 2차 가해 행동을 계속 가하고 있다"며 "아이는 여전히 심리치료를 받으며 고통 속에 있지만 죄책감이나 반성의 기미가 없는 가해 학생을 매일 마주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그러면서 A군의 어머니는 "더 강력한 분리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A군 측은 학폭심의위원회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A군 어머니는 "심의위원들이 학폭 사건에 대해 미리 인지하지 않은 채 심의가 진행되고, 그렇기 때문에 위원들이 사안에 맞지 않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며 "가해 학부모는 실제로 사과도 하지 않았는데 피해 학부모인 내가 사과를 거부했다는 내용이 회의록에 적혀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아산교육청 측은 "학폭 관련 처분은 심의위원들의 판단에 따른 결과라 교육청에서 간섭할 수 없지만 행정절차에 따라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며 "가해 학생이 접근금지 처분을 어기는 부분은 학교 측에 더욱 세심하게 지도해달라고 요청하겠다"고 설명했다.

학교폭력 전문가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학폭심의위 시스템이 잘 작동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해준 학교폭력연구소장은 "학폭 심의위는 보통 30분간 진행되는데 다수의 가해 학생이 연루돼 있거나, 복잡한 사안이 있으면 진술서·동영상 증거 자체를 심의위원들이 모두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구조"라며 "학폭위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심의 현황의 시스템적인 문제점들이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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