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침체 상권에 키즈카페가 활력소…‘경쟁+놀이’ 아이도 엄마도 신났다 [르포]
뉴스종합| 2024-05-24 20:06
지난 23일 서울 광진구 캘리클럽 강변점에서 어린이들이 암벽타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김ㅇㅇ. 4.728초. 5000점.’

지난 23일 찾은 엔터식스 강변점. 평일 오후 한가한 시간대에도 매장 한편에서는 최신 유행곡과 함께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떠들썩했다. 키즈카페 ‘캘리클럽’에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다양한 놀이시설을 즐기고 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기구는 ‘캘리 러닝 존’. 한 아이가 RFID(무선인식) 기술이 접목된 팔찌를 찍고 9m 길이의 코스를 왕복으로 달리자, 천장에 달린 모니터에 기록이 떴다. 1등을 기록해 5000포인트를 얻은 아이는 쌓은 포인트 5만점을 활용해 인형을 받았다. 아쉽게 인형을 얻지 못한 아이는 포인트를 얻기 위해 다른 놀이기구로 향했다.

아이들과 함께 온 보호자들 얼굴에도 웃음꽃이 폈다. 학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놀아주다가도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는 등 개인 시간을 보냈다. 지인과 함께 찾은 학부모들은 카페 공간에 앉아 담소를 나눴다. 광진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아이들이 놀 수 있으면서도 안전한 곳이 필요했는데 근처에 키즈카페가 생겨 만족스럽다”며 “또래 아이를 둔 동네 지인들과 함께 와서 아이들을 맡기고, 얘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근처 아파트에 거주하는 60대 이모 씨는 “미국에 사는 손주들이 잠시 한국에 왔는데 마침 키즈카페가 생겼다고 해서 왔다”며 “다회권을 끊고 아이들이 돌아가기 전까지 종종 오려고 한다”고 했다.

지난 23일 서울 광진구 캘리클럽 강변점에서 어린이들이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임세준 기자

‘저출산 시대’에도 키즈카페는 문전성시다. 특히 다양한 놀이설비들을 갖춘 기업형 대형 키즈카페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긴 줄로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관광산업조사에 따르면 키즈카페가 포함된 ‘기타 유원시설업’은 2013년 61개에서 2022년 2280개로 37배 늘었다. 같은 기간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같은 종합 유원시설업, 중형 놀이공원 등 일반 유원시설업이 297개에서 480개로 183개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높은 성장세다. 기타 유원시설업의 연간 매출액과 이용객은 같은 기간 318억원에서 2443억원, 815만명에서 2177만명으로 뛰었다.

특히 기업형 키즈카페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최근 키즈카페는 캘리클럽을 비롯해 플레이타임, 바운스트램폴린파크 등 여러 지점을 둔 업체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20년 청담점으로 사업을 시작한 캘리클럽은 이달 초 강변점을 열며 현재 총 9개의 지점을 운영 중이다. 누적 방문 어린이는 작년 12월 기준 46만명을 돌파했다. 업계 1위 플레이타임도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36억원, 68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277%씩 늘었다.

이처럼 아이들의 수가 점점 줄어가는 상황에서도 키즈카페가 성장하는 배경에는 ‘골드키즈’, ‘텐포켓’ 현상이 있다. ‘골드키즈’란 부모가 귀하게 키우는 자녀를, ‘텐포켓’은 한 명의 자녀를 키우는 데 부모뿐만 아니라 친가 외가, 주변 지인까지 소비를 아끼지 않는 현상을 일컫는다. 한마디로 ‘한 명만 낳되 아낌없이 돈을 쓰자’는 분위기다.

만만치 않은 이용료에도 부모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키즈카페를 찾는 이유다. 중소형 키즈카페의 평균 가격은 시간당 1만원, 대형 키즈카페는 2만~3만원 수준이다. 아들 한 명을 키우는 30대 직장인 안모 씨는 가격 부담에도 한 달에 한 번은 집 근처 키즈카페를 찾는다. 안 씨는 “아이가 너무 좋아하고, 부모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하다”며 “요즘 마음 편히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없어 키즈카페를 자주 애용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서울 광진구 캘리클럽 강변점에서 어린이들이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임세준 기자

대형 쇼핑몰도 키즈카페 유치에 적극적이다. 키즈카페를 비롯해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가 들어서면 상권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보호자들이 쇼핑몰을 찾으면 자연스럽게 쇼핑몰 전체의 매출이 늘어난다.

신세계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도 대표 사례 중 하나다. 스타필드는 고양점과 안성점 등에서 ‘챔피언1250X’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고객인 가족 단위 고객을 유인하고, 이들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전략을 펼친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키즈카페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가족 단위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비롯해 각종 대형 오프라인 유통사들이 체험형 콘텐츠를 앞세워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어 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중심으로 소비가 재편되면서 오프라인 유통사들은 고객들을 밖으로 끌어내고 체류시간을 늘리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며 “키즈카페도 이를 위한 핵심 수단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도 키즈카페를 중심으로 한 소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부모 입장에서는 넓고 다양한 시설이 잘 갖춰진 키즈카페에 가야 집중력이 짧은 아이들이 안심하고 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출산 여파로 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반대로 대형 키즈카페의 경쟁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도 “최근 한국 유아동 시장은 전체적으로 프리미엄화되면서 객단가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키즈카페 또한 다른 업체들과 차별화하고 프리미엄화를 하는 곳 위주로 성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3일 서울 광진구 캘리클럽 강변점에서 어린이들이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임세준 기자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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