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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No.]민사재판 하나에만 평균이 1년반…재판지연 외면하는 국회
뉴스종합| 2024-05-26 10:05
[law&No.]

법(law)과 숫자(No.). 재판 판결문 또는 법안 속에는 ‘징역 몇 년’, ‘벌금 얼마’ 같은 많은 숫자들이 들어있습니다. 또 같은 범죄라도 사안에 따라 서로 다른 숫자의 결과물이 나오곤 합니다. 다양한 숫자를 바탕으로 판결문 또는 법을 재해석하며 그 안에 숨을 뜻을 발견해 나갑니다.

[헤럴드경제=최정호·박지영 기자]빌려준 돈을 못 받아 재판을 받고 승소할 때 까지 평균 470일 이상이 걸렸다. 불과 7년 전만해도 300일이 채 안걸렸던 재판 시간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거물 정치인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재판지연이 이제 일상이 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관련 인력난, 각종 소송의 증가, 또 소송의 복잡성 심화 등을 이유로 꼽는다.

해결방법도 마찬가지다. 늘어난, 또 복잡해진 각종 소송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성 높은 재판관을 늘려야만 재판지연 현상도 해소될 수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최근 21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판사 증원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법관 정원을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증원하는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 개정안’의 신속한 통과를 국회에 촉구한다”는 압박이다.

실제 21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향후 5년간 370명의 법관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안과 같은 기간 판사 정원을 10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이 계류돼있다. 또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는 지난 7일 2건의 개정안 내용을 통합해 위원회 대안을 마련해 처리하는데 합의했다.

그럼에도 처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재판지연에 애타는 국민들보다, 법관 증원과 함께 묶인 검사 증원을 놓고, 야당의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다.

대한변협은 “재판지연으로 국민들이 분쟁 장기화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수년간 동결 상태인 법관의 증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재판지연은 숫자로도 확인 가능하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민사합의 사건처리기간은 473.4일로, 2017년 293.3일에 비해 약 61.4%나 증가했다. 형사합의 사건처리기간은 38.2%(150.8일→208.4일), 형사단독(고단) 사건처리기간은 40.2%(128.2일→179.8일) 늘었다.

1심 판결도 나지 않은 민·형사 미제사건 수(소액 제외)는 2017년 24만3524건에서 지난해 31만3269건으로 6년간 약 28.6% 늘었다. 2년이 넘도록 1심 판결이 나지 않은 장기미제사건 수는 2017년 8712건에서 지난해 2만761건으로 2.38배 급증했다.

한 현직판사는 “일반 민·형사 사건은 물론 대규모 금융사건, 다단계 투자 사기 등 고난도·고분쟁 사건의 증가로 심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판사 임용에 필요한 법조경력이 내년부터 5년에서 7년으로 늘어나 법관 수급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속한 재판으로 국민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법관 증원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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