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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따지면 기저귀라도” 생리대 가격이 제각각인 이유 [세계 월경의 날]
뉴스종합| 2024-05-26 13:00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 직장인 하모(35) 씨는 2년 전부터 월경 양이 많은 날에는 생리대 대신 남녀공용 기저귀를 사용하고 있다. 하 씨는 “예전에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이 터지면서 생리대 성분을 신경쓰게 됐다”며 “좋은 성분을 강조하는 제품들은 그만큼 가격이 비싸 매월 사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하 씨는 “주변에서 추천을 받고 호기심 반으로 써보기 시작했는데 가격은 10분의 1 수준이지만, 흡수력도 뛰어나고 피부 자극도 덜 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생리대는 지난 2004년부터 기초생활필수품으로 분류돼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이 됐다. 소비자가 내는 가격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국의 생리대 가격은 여전히 전 세계 최상위권에 머물러있다.

생리대 ‘가격’은 생활필수품이다. 소비자는 가격부터 품질까지 모든 것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생리대 대신 기저귀를 선택하는 것처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최우선하는 소비 방식까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여성환경연대가 발표한 ‘2023 일회용 생리대 가격 및 광고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생리대 가격은 다른 나라보다 대체로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형 사이즈를 제외한 나머지 사이즈가 상대적으로 더 비쌌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체 사이즈를 통합해 생리대 1개당 평균 가격은 국내 생리대가 국외 생리대보다 195.56원(39.55%) 더 비쌌다. 특히 국내 생리대는 오버나이트와 탐폰은 200원 이상, 팬티형은 500원 이상 국외보다 가격이 높았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생필품 판매대에 생리대 상품이 진열돼 있다. [뉴시스]

과거 국가별 생리대 평균 가격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한국은 OECD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7년 한국소비자원은 국내 평균 생리대 가격이 개당 평균 331원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218원, 캐나다 202원, 미국·일본 181원보다 100원 이상 비싼 값이다.

업계에서는 2017년 생리대 파동 이후 프리미엄 브랜드가 생기며 가격 차이가 벌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생리대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유기농 생리대 시장이 형성됐고, 결과적으로 가격이 올랐다는 분석이다. 업체들은 신제품 개발비와 인건비, 마케팅 비용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해명했다.

유통채널별로 편차가 큰 ‘가격’도 소비자가 부담을 느끼는 요인이다. 직장인 임모(29) 씨는 “저렴하다고 생각해 한 번에 세달치 양을 구매했는데, 다른 마트에서 더 저렴하게 파는 것을 보고 속은 기분이 들었다”며 “같은 판매처에서도 행사 일정이나 할인율에 따라 매번 가격이 달라져 이제 가격을 비교하기도 지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실제 헤럴드경제가 이달 24일을 기준으로 대표 생리대 가격을 유통채널별로 비교한 결과, 같은 제품도 채널별로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좋은느낌 울트라 슬림(중형) 제품을 기준으로 생리대 개당 판매 가격이 가장 저렴한 곳은 170원인 쿠팡(온라인)이었다. 다이소(250원), 대형마트(253원), 편의점(288원), 백화점(331원), 올리브영(433원)이 뒤를 이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유한킴벌리 등 생리대 생산업체들이 납품가를 책정하고 있지만, 판매 채널의 가격 경쟁에 따라 소비자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의 경우 오프라인과 달리 점포 유지비, 인건비 등 고정비가 없어 상대적으로 더 저렴했다. 오프라인에서는 대형마트 등 대용량 제품을 묶음으로 판매하며 단가를 낮추는 방식을 택했다. 채널별로 제공하는 행사 가격이나 쿠폰 등을 적용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은 더 낮아졌다.

하지만 올리브영에서 판매하는 생리대 가격이 언제나 가장 비싼 건 아니었다. 브랜드와 제품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형성돼있어서다. 특히 브랜드 정책에 따라 ‘1+1’ 행사가 적용되는 제품에도 차이가 있었다. 소비자들이 가격 비교가 어렵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예컨대 라엘 유기농순면커버 생리대(대형) 제품을 기준으로 보면 올리브영(350원)의 개당 가격이 다이소(429원)보다 약 80원 저렴했다.

전문가는 생필품이라는 생리대의 특성상 가격 편차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생리대는 낱개 포장이나 종합 포장 등 포장 방식이 다르고, 백화점 등 유통채널의 특징이 반영돼 가격이 결정된다”며 “또 명품 등 판매가 제한적인 제품과 달리 생필품은 광범위한 유통 방식을 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조사 입장에서는 마진만 남기면 되기 때문에 유통 과정의 가격 통제가 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new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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