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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쓰고 출산율 올릴 묘수 없나? "셋째 낳으면 첫째부터 대학 특례입학"
뉴스종합| 2024-05-26 06:00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와 관계자들이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지난 2월 출생아 수는 1만936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8명(3.3%) 감소했다. 2월 기준 출생아 수가 2만명보다 적은 해는 올해가 처음이다.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이 0.6명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범정부적인 대응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행권과 예산권이 없어 정책 추진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대신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공식화했다. 다만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재정당국은 ‘돈 들이지 않는 정책’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릴 방안을 찾고 있다.

기재부 “남는 교육교부금, 유보통합에 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헤럴드경제 DB]

26일 기획재정부 한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7일 윤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돼 있는 교육교부금에 대한 개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저출산으로 남아도는 시·도교육청 지방교육재정교부금부터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시·도교육청에 배정된 교육교부금은 72조838억원이다. 지난 2020년 57조5011억원보다 25.36% 늘었다. 반면 6~17세 학령인구는 작년 261만명에서 2030년 161만명으로 7년 만에 100만명이 감소할 전망이다. 이 탓에 학령인구 1인당 교육교부금은 2020년 891만원에서 오는 2070년 9781만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교육교부금 개편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내년부터 시행되는 유아 교육·보육 통합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 여파에 따라 감액할 수 있는 예산은 획기적으로 줄이고 예산이 필요한 저출산 사업에 투입하는 구조조정이 우선이란 설명이다.

재정당국은 과거처럼 저출산에 막대한 예산을 쏟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저출산 예산은 2006년 이후 작년까지 총 379조8000억원이 투입됐고, 작년에만 48조2000억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올해 2월 출생아 수는 역대 최초로 2월 기준 2만명을 하회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었지만, 새는 물이 더 많았던 셈이다. 이 관계자는 “예산을 쓰지 않고도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셋째 아이를 출산한 가정의 자녀는 맏이부터 둘째, 셋째까지 대학입시에 특례입학제 자격을 부여하고, 대학 졸업시까지 전액 장학금을 지급한다면 출산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례입학제도는 특기자나 장애인, 농어촌 거주자, 국가 유공자 자녀 등 특별한 예에 해당하는 이에게 기존 정원 외 별도 인원을 둬 일반 전형 없이 입학을 허락하는 것이다.

주형환 “출산·육아휴직 급여 대폭 확대”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헤럴드경제 DB]

반대로 저고위는 예산 투입이 불가피한 저출산 정책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지난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저출생 콘퍼런스’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육아휴직의 급여 체계를 재설계하고, 배우자 출산 휴가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출산전후휴가급여, 육아휴직급여는 회사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고용보험기금에서 지급된다. 단, 고용보험기금 중에서도 ‘일반회계 전입금’ 계정에서 지급된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이 탓에 저출생대응기획부의 구체적인 기능과 역할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저출산 정책을 집행하는 각 부처 실국을 흡수하기보단 사업 성과 평가 기능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앞서 저고위는 성과가 훌륭한 사업의 예산은 늘리고 미미한 사업 예산은 감액하는 방식으로 저출산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여느 사업처럼 ‘예산 집행률’로 평가하는 대신 ‘인구정책평가센터’를 통해 과학적인 성과 평가로 예산편성 의견을 제시해 ‘인구정책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부’는 위원회와 달리 예산요구안을 기재부에 제출할 수 있다. 하지만 요구안 그대로 기재부 예산실 문턱을 넘는 경우는 없다. 또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신설되는 부처가 관련 정책을 집행하는 고용부 등의 실국 기능과 역할을 모두 흡수한다 해도 예산 편성권을 갖게 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9월 2일까지 정부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 심의를 받아 확정토록 돼 있는데 이 작업은 기재부 고유 권한이란 설명이다.

한편 저고위 저출생 대책 발표는 5월에도 연기됐다. 세종 관가에선 지난 21일 저고위가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무산됐다. 당초 3월로 예고됐던 대책 발표는 4월로 한 차례 연기됐고, 4월에도 발표를 하지 못했다. 내년 예산안을 짜는 기재부는 통상 8월 말 이듬해 예산안을 발표한다. 8월 이후에는 저출산 대책이 마련되더라도 세제·예산에 반영되지 않아 내년도 추진은 불가능해진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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