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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배상 협의 본격 개시…H지수 반등도 변수
뉴스종합| 2024-05-26 09:31
금융사기예방연대 회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 ELS 사태와 관련해 은행권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에 대한 주요 시중은행과 가입자 간 배상 협의가 금주부터 본격 시작될 예정이다. 최근 홍콩 H지수가 반등세를 보이는 만큼, 지수 흐름에 따라 손실·배상 규모가 줄어들 수도 있어 주목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대 판매사인 KB국민은행은 27일부터 올해 1월 만기 도래한 6300여건의 ELS 손실 확정 계좌(중도해지 포함)를 대상으로 자율배상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관련 위원회를 통해 만기 도래 순서에 따라 계좌별 배상 비율을 확정한 뒤, 해당 고객에게 KB국민은행 본사가 자율배상 조정 절차와 방법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발송할 예정이다. 이후 개별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점 직원이 다시 한 번 유선전화로도 안내한다.

하나은행도 지난 주말 배상위원회를 열고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다수의 고객과 협의·조정에 들어간다. 하나은행은 자율배상 진행을 위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매월 격주로 배상위원회를 열어 배상을 신속히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에서 가장 배상 협의 속도가 빠른 신한은행의 경우, 23일까지 820건에 대한 배상 협의를 마쳤으며 이번 주 합의 사례가 1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도 이번 주 수백 건의 자율배상 성사를 앞두고 있다. 지난 21일 손실 고객을 대상으로 자율배상 조정 신청을 받기 시작한 뒤 모두 667건이 접수됐지만, 아직 첫 배상금 지급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배상 비율에 이의를 제기한 69건을 제외한 598건의 경우, 이르면 이번 주 중 배상금 지급과 함께 조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은행들은 3월 말 일제히 이사회에서 ELS 자율배상을 결정했지만, ELS 불완전판매 대표사례에 대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조정 결과를 기다리느라 실제 배상까지 가는 사례는 많지 않았다.

지난 13일 분조위 결과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배상 협의가 시작된 만큼, 배상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배상 비율이 낮은 사례의 경우 가입자가 자율조정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협의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H지수 흐름도 변수다. 2022년 한때 4900대로 추락했다가 최근 6600대까지 회복했는데, 2021년 ELS 가입 당시 지수만큼 오르면 손실률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가입 기간에 한 번이라도 기초자산 가격이 가입 시점보다 50% 초과 하락'과 같은 '녹인(knock-in)' 조건이 붙은 ELS의 경우 현재 H지수가 가입 당시의 70%, 녹인 조건이 없는 ELS의 경우 65%를 각각 넘어야 이자(이익)를 받고 상환할 수 있는 상태다.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해 손실이 나더라도 가입 당시 지수 대비 하락률이 곧 손실률이므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만기 시점의 지수가 높을수록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실제로 대부분 '비(非) 녹인' ELS를 판매한 A 은행의 경우 올해 2월 53.89%에 이르렀던 손실률(손실액/만기도래 원금)이 5월에는 37.12%까지 떨어졌다.

은행들이 당국의 가이드라인(지침)에 맞춰 제시하는 자율배상액이 일반적으로 손실액의 40% 안팎인 만큼, 만약 앞으로 H지수가 다시 급락하지만 않는다면 각 은행의 배상액은 당초 예상보다 줄고, 배상을 위해 쌓아둔 충당부채의 일부가 다시 이익으로 잡힐 가능성이 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배상 규모가 축소되면 1분기에 쌓아둔 충당부채가 다시 환입될 수 있다"며 "충당부채를 많이 쌓은 곳은 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구나 8월 이후부터는 H지수가 6500선만 넘어도 만기 도래하는 5대 은행 ELS에서 거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8월 이후 H지수가 급격히 떨어져 만기 시점의 이익 분기점(배리어)도 그만큼 낮아졌기 때문이다.

3년 전 관련 ELS에 가입하고도 최근 H지수 반등에 따라 이익을 보는 사례도 나왔다.

신한은행에서는 지난 13일 11명 가입자의 H지수 ELS가 3년 만에 9.9%(연 3.3%)의 수익을 확정하면서 상환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입 당시 H지수가 1만399.99, 최종 이익 배리어가 6720.99(65%)였는데 만기 시점의 지수(6761.64)가 이를 웃돌았다고 한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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