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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지 된지 모르고 판 땅…법원 “원래 주인에게 83억원 보상”
뉴스종합| 2024-05-27 07:00
서울행정법원[서울행정법원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토지 소유자가 자신의 땅이 국유지가 된 사실을 모르고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면 지방자치단체가 원래의 소유자에게 손실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양상윤)는 A씨가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실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하며 “원고에게 83억 4700만원의 손실보상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A씨는 1964년 두차례에 걸쳐 서울 영등포구 일대 1300여평이 넘는 땅을 매수했다. 이후 1975년과 1983년 5명에게 해당 토지를 팔았다. A씨가 매도한 땅은 1971년 하천법 개정으로 이미 국유지가 된 상황이었지만 당시에는 법령의 미비로 손실보상을 할 근거 규정이 없었다. 1989년 하천법 개정으로 손실보상 근거가 마련됐으나, 토지 소유주의 보상 신청이 미비해 2009년 하천구역편입토지 보상에 관한 특별조치법(하천편입토지보상법)이 만들어졌다.

A씨는 뒤늦게 자신이 판매한 땅이 1971년 당시 하천법에 따라 국유지가 됐다는 사실을 알고 손실보상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시는 A씨가 1975년, 1983년 토지를 매매하면서 손실보상청구권도 함께 양도돼 A씨에게 보상할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서울시는 원고에게 손실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하천편입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보상청구권은 하천 편입 당시인 1971년 당시의 토지소유자 혹은 그로부터 손실보상청구권을 양수한 승계인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

하천 편입 이후 이뤄진 토지 매매계약에 따라 손실보상청구권이 양도됐다는 서울시 주장에 대해서는 토지 매매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하천구역으로 편입돼 국유로 된 토지는 사인 사이 거래의 객체가 될 수 없다. 원고가 토지를 매도해도 원시적으로 불능한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기에 무효”라며 “매매계약 당시 1971년 하천법 시행으로 국유화 사실을 알았다거나 서울시에 손실보상청구권을 양도한다는 취지의 통지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하천법이 1984년 구체적인 손실보상조항이 마련된 바, 매매계약 체결 당시 A씨가 국유지가 되었음을 알았다고 해도 보상규정이 없어 구체적인 손실보상청구권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양도하기를 의욕했으리라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A씨로부터 토지를 사들인 당사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국가가 진정한 소유자가 아닌 자를 하천 편입 당시 소유자로 보아 손실보상금을 지급했다면 국가가 과실이 없다고 해도 민법 제470조에 따라 진정한 소유자에 대한 손실보상금 지급 의무를 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서울시는 등기를 통해 하천구역으로 편입될 당시 소유자가 누구였는지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손실보상금 지급 당시 소유자에게 지급했다”고 서울시의 오류를 지적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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