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日 ‘노부모 간병하는 직장인’ 300만명…육아보다 더 심각
뉴스종합| 2024-05-27 10:45
[123RF]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일본에서 일을 하며 고령 부모를 돌보는 간병 직장인이 300만명에 달하자 기업들이 유급휴가를 늘리거나 단축 근무를 시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간병 직장인 수가 2025년 307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간병이 필수인 치매 환자는 2030년 523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의 다이세이건설, 에디온(가전 판매점) 등 많은 기업들이 부모 간병을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에서는 부모 간병과 일을 병행하기 어려워 회사를 떠나는 ‘개호(介護·간병)이직’이라는 단어까지 생겨났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30년 개호이직자는 11만명에 이를 것이며, 직장인들의 개호 부담에 따른 경제 손실은 9조엔(약 78조4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개호 이직은 기업의 노동 생산성도 떨어트린다. 대부분 40대 중반 이상인 이들은 직장에서 한창 중요한 직무를 맡는 관리직에 해당한다.

지난해 개정한 일본의 육아·개호휴업법은 간병 대상이 되는 가족 1인당 1년에 5일(2명 이상인 경우는 10일까지) 이상 쓸 수 있는 유급 ‘개호 휴가’ 제도다.

다이세이건설은 개호 휴가 일수를 최대 연 15일로 늘렸다. 유급 휴가이고 시간 단위로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동시에 두 사람을 간병해야 하는 경우 최대 20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에디온은 지난달부터 개호 직원에 대해 하루 근무 시간을 8시간에서 5~7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는 단축 근무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3년으로 정해진 상한 기간도 없앨 계획이다.

후지일렉트릭도 월 10일로 제한된 간병직원의 재택근무 상한 일수를 없앴다. 또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적립 휴가제도는 간병에 이용할 경우 반나절 단위로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전자전기업체 히타치제작소는 케어 매니저 등 외부 전문가와 상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그룹 내 약 60개사에 도입했다. 이를 통해 직원들에게 요양 보험 서비스 이용 방법이나 요양 시설 정보 등을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직원들의 간병 부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그룹 직원 중 약 12만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닛케이는 육아에 비해 간병은 기간이 길고 시간이 경과할수록 부담이 늘어난다며 기업이 대책을 서두르지 않으면 성장의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개정 육아·휴업법은 기업이 개호 부담 직원들에게 관련 제도를 주지시키고 이용 의향을 확인하도록 의무화했다.

지난 3월 경제산업성은 일과 개호 양립을 지원하기 위한 경영자 전용 지침을 마련하고, 사내 교육을 실시하거나 간병 상담 창구를 마련할 것을 제언했다.

닛케이는 “육아 직원에 비해 부모 간병 직원에 대한 지원 필요성 인식이 낮다. 해당 직원들도 승진이나 인사평가에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이용률이 저조하다”며 “간병 휴가나 단축 근무 제도 마련을 충실히 하는 것에 더해 동료 직원들에게도 간병 부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등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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