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IT과학칼럼] 새로운 디지털신원 인증시대, 우리의 대응
뉴스종합| 2024-05-27 11:11

5월 20일, 유럽연합(EU)의 전자 신원 인증 및 신뢰서비스에 관한 법률(Electronic Identification, Authentication and Trust Services Regulation, eIDAS) 2.0이 공식적으로 시행되었다. 이는 기존 eIDAS의 개정판으로, 새롭게 도래하는 디지털 미래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EU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eIDAS는 2014년 EU에서 도입한 규정으로, 디지털 단일 시장(Digital Single Market)을 구축하기 위해 전자 신원 인증과 신뢰서비스에 대한 법적 틀을 제공하여 EU 회원국 간 전자상거래와 공공 서비스의 상호운용성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기존 eIDAS는 디지털 신원 인증의 기본 틀은 제공했지만, 점점 더 복잡해지는 디지털 생태계와 다양한 신원 인증 요구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비대면 서비스와 전자상거래의 급증은 더 높은 수준의 신뢰성과 보안성을 요구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EU는 2021년 eIDAS 2.0 초안을 발표하고, 회원국 및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2024년 공식적으로 시행되었다.

eIDAS 2.0은 디지털 신원 지갑(Digital Identity Wallet)의 개념을 도입하고, 더욱 강화된 보안 및 개인정보보호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EU 회원국 간 디지털 신원 인증 시스템의 상호운용성을 더욱 강화해, EU 내에서 하나의 신원 인증으로 다양한 국가의 서비스에 원활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유럽 단일시장의 디지털화를 촉진하고, 국경을 초월한 서비스 제공을 쉽게 만든다.

EU의 eIDAS 2.0 추진은 EU의 ‘브뤼셀 효과(Brussels Effect)’와 같은 세계적인 규범을 선도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브뤼쉘 효과란 미국 컬럼비아 로스쿨의 브래드포드 교수가 제시한 용어로서 EU가 규범을 만들면 다른 나라와 기업들도 이를 따르는 ‘규제의 세계화’ 현상을 말한다.

EU의 GDPR(개인정보보호규정)에서 전 세계가 이미 경험한 바와 같이 EU의 개인정보보호 규제가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아 전 세계 기업과 정부가 이를 따르도록 만든 현상이 예가 될 것이다. eIDAS 2.0을 통해 EU는 디지털 신원 인증 분야에서도 글로벌 표준을 확립하고, 다른 국가들이 이를 따라오게 함으로써 규범을 선도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IDAS 2.0의 시행은 디지털 신원 인증의 새 시대를 여는 중요한 이정표이다. EU는 이를 통해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조성하고, 디지털 경제의 성장을 촉진하여 디지털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글로벌 동향에 발맞추어 디지털 신원 인증 시스템을 강화하고, 개인정보보호와 상호운용성 등 중요한 요소들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높이고, 기술 및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는 기술, 자본과 규범으로 디지털 세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우리도 이에 맞춰 전략을 더욱 예리하게 가다듬어야 할 시간이다.

진승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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