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김호중 소리길 당장 철거해” 김천시에 항의 빗발…팬들은 “안 돼”
뉴스종합| 2024-05-27 11:25
25일 경북 김천시 교동 '김호중 소리길'이 주말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천시 홈페이지 캡처·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음주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구속되자 경북 김천에 조성된 '김호중 소리길'을 철거하라는 항의성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27일 김천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최근 '김호중 소리길 당장 폐쇄하라', '음주 뺑소니의 길 철거', '김호중 증거인멸의 길 김천시 나락 가는길', '김호중 범죄자의 소리길 철거요구', '김천시는 각성하세요' 등의 제목으로 소리길을 철거하라는 내용의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한 시민은 "이미 드러난 범죄사실만으로도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데, 김천시는 왜 아직까지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느냐"며 "범죄자를 옹호하거나 묵인하는 행동은 범죄자와 공범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하루 빨리 김호중의 그림자를 지우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다른 시민들도 "수사 결과 지켜 볼 게 뭐가 있느냐, 그나마 있던 관광객들도 발길 끊기 전에 정신 차려라", "우리 아이들이 보고 배울까 걱정이다", "음주 뺑소니에 거짓말, 사회초년생에게 (범죄를) 책임전가시키는 이런 인간을 위해 세금을 낭비하다니", "아이들이 '유명해지면 학폭이고 음주고 범죄는 다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반드시 조속한 시일 내에 철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김호중의 일부 팬들은 전날 "김호중 소리길은 황량했던 골목길을 번듯한 여행 명소로 둔갑시켰고, 곳곳에 숨은 관광자원들을 찾아내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갔다. 팬들은 김호중 소리길을 통해 김호중의 발자취를 느끼며, 많은 영감을 얻고 위안받았다"면서 "철거는 시기상조"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음주 운전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2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

'김호중 소리길'은 2021년 김천시가 2억원을 들여 김씨의 모교 김천예고 일대조성한 특화 거리다. 김호중이 2020년 TV조선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최종 4위에 오르며 스타가 되자 이듬해 만들어졌다. 약 100m 길이의 골목은 김호중의 팬카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꾸며졌으며, 그의 벽화와 노랫말이 곳곳에 적혀 있다. 지난해에는 최소 10만명 관광객이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는 김호중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도 김호중 소리길을 철거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가, 그가 음주운전에 이어 여러 범죄 혐의가 추가되면서 구속에 이르자 소리길 철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천시 관계자는 "철거를 내부적으로 검토는 하고 있다"면서 "관련 문의 전화도 많이 걸려 오고, 철거 요청 게시글도 많이 올라와 응대하고 있지만 난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씨가 구속은 됐지만 김호중길 철거 여부는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호중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쯤 술을 마신 채 차를 몰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도주치상)로 지난 24일 구속됐다. 같은 날 김씨의 매니저에게 음주운전을 했다고 허위 자수하도록 시킨 혐의(범인도피교사)를 받는 이광득(41) 생각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를 함께 모의하고 블랙박스를 인멸한 혐의(범인도피교사) 등을 받는 소속사 본부장 조모 씨도 나란히 구속됐다.

25일 주말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김호중 소리길'. [연합]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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