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져
등산·승마·전통체험까지…사이판 여행이 달라졌다 [함영훈의 멋·맛·쉼]
라이프| 2024-05-27 12:42
4000년 역사를 가진 차모로 전통 카누가 최근 복원됐다. 토요일에 무료 체험을 시범 운영중이다.

[헤럴드경제(미국령 사이판)=함영훈 기자] 요즘 사이판 여행의 트렌드는 ‘원 플러스 원(1+1)’이다. 레저와 휴양 중심이던 사이판이 등산, 승마, 헤리티지 체험, 오션 골프 등 체험형 관광으로 여행 콘텐츠를 확장했기 때문이다. ▶이 기사 하단, 사이판,티니안,로타 북마리아나제도 자연·문화·감동여행기 글 싣는 순서]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2018년 휴가 겸, 서머패키지 촬영 겸 해서 이곳에 왔을 땐 석양이 아름다운 서프클럽, 래더비치, 오비얀비치, 낡은 마리아나 등대 등을 둘러보고, 해양 생물을 만져보는 시터치, 제토베이터, 스노클링, 파란색 허머 렌트카 드라이브 등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욱 즐길꺼리가 더 다채로워 많아졌다.

사이판 카그먼 비치의 승마체험
마리아나 등대 ‘문화·미식 클러스터’로 변신

BTS가 이곳에 다녀간 이후 마리아나 관광청은 오랜 세월이 묻어났던 마리아나 등대의 도색을 다시하고, 이 일대를 문화-미식 클러스터 탈바꿈시키는 등 2024년까지 많은 곳에 변화를 줬다.

BTS멤버들이 간뒤 문화·미식 클러스터로 단장한 사이판 등대

사이판에서 하는 등산은 더욱 특별하다. 타포차우산(474m) 정상에 오르면 360도 수평선을 굽어볼 수 있다. 이곳에 초등학교 때 입양된 가이드 미키(한국명 김민기)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 느끼지시나요?”라는 재치있는 말로 여행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인근엔 수심 1만1034m의 마리아나해구가 있기 때문에, 입담 좋은 주민은 “에베레스트 보다 높은 산 위에 산다”고 너스레 한다. 차로 9부 능선 주차장까지 오를 수 있다.

주차장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 입구엔 ‘세계 인류 평화가 이룩되도록’이라는 한글 비목이 영문 연혁 안내판과 함께 나란히 서 있다.

정상에는 받침석을 포함해 5m 가량 높이의 예수상이 있다. 구세주가 이곳에 평화를 영원히 정착시켜줄 것이라 믿으며 세운 석상이다. 매년 부활절 때마다 주민들이 올라와 예배를 한다.

타포차우산에서 내려다 본 수수페 호수의 크기는 마나가하 섬과 거의 같다.

아침 일찍 오르니 동쪽은 은빛물결이 반짝이고, 서쪽 근해는 햇빛을 받아 연청록의 빛이 더욱 선명하다. 때마침 평화의 희망을 말해주듯 서쪽 바다 위, 미군 군함 뒤로 무지개가 떴다.

북서쪽으론 ‘물에 둘러싸인 육지’ 마나가하섬이 보이더니 남쪽으로는 ‘육지에 둘러싸인 물’ 수수페 호수가 보여 대조를 이룬다. 남서쪽으론 한국인 징용자 후손이 많이 살았던 티니안 섬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엔 평화수호 의지를 잊지말자는 취지로 태평양 전쟁 기록물이 전시돼 있다. 이 중 ‘미군 침략에 대한 일본군 준비(Preparing for Invasion)’이라는 제목은 마치 미국을 침략자 같은 느낌으로 묘사해 잘못됐다는 느낌을 준다.

라오라오골프장 이스트 6번홀
美 패블비치 부럽지 않은 오션뷰 골프

등산 외에 동쪽 라오라오베이CC, 남쪽 코럴CC에서의 오션뷰 골프는 미국 패블비치 골프장 부럽지 않다. 특히 라오라오베이 6번 홀은 바다 건너로 샷을 하기 때문에 짜릿함을 선사한다. 코럴에선 라운딩이 끝나면 석양 소풍 프로그램도 운영해 아빠 손 잡고 아이들이 골프장에 간다.

사이판 전통문화 체험도 늘었다. 한옥 창호 느낌의 로비, 다양한 꽃 정원, 워터파크, 한국 입맛에 맞는 미식 등이 어우러진 크라운플라자에 저녁이 되면 석양을 배경으로 공연이 펼쳐진다. 사이판 전통춤 외에 사모아·마샬군도·미크로네시아·하와이·투발루·폴리네시아 등 이웃 섬의 무형유산을 다 보여준다.

남태평양 전통 공연 모습

특히 토요일에는 최근 차모로 문화 리더와 차모로계 미국인, 순수 미국인이 ‘500세일즈’라는 원팀으로 복원시킨 4000년 역사의 ‘마리아나 전통 카누’을 탄다. 마치 과거 페루와 남서태평양 군도 사이를 오가던 콘티키(Kon-Tiki)호가 복원됐던 것처럼 보인다. 콘티키호는 태평양 횡단 항해술을 서양보다 1000여년 앞서 태평양 군도-남미인들이 먼저 성공했다는 사실을 입증한 배이다.

승마(Saipan Horse Course)는 사이판의 중부 동쪽 해안 카그먼 어촌에서 한다. 북쪽으로는 드래곤테일 비치가 있고, 남쪽엔 탱크 비치가 있는데, 절경 속 승마는 여행자를 영화 주인공으로 만든다.

새섬과 반제(만세)절벽에서 벌이는 별밤 투어에선 하늘에 무수히 빛나는 별을 관측한다. 이곳이 최고의 청정대기 지대임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韓 강제징용 1만여명 위로 추념탑

한국인이라면 태평양한국인추념평화탑이 있는 위령공원에 참배하는 일도 빼놓을수 없다.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며 교훈을 새기는 인문학 여행 포인트이다.

줄을 잇는 한국인 위령공원 참배객

한국에서 남양군도로 강제 징용된 1만 여명을 위로하는 이 공원은 마피산 자락에 대한민국 방향으로 조성돼 있다.

이곳에는 설립자 이용택 추념회장, 조규상 월드건설 회장의 뜻을 새긴 추념비와 공군 사관생도들의 호국 다짐 표석 등 수 십개 기관의 추모비가 있다. 김홍균 사이판한국문화원장이 늘 이곳을 관리한다.

기존의 사이판 ‘여행 스테디셀러’는 건재하다. BTS가 갔던 래더비치, 걸그룹 프로미스나인이 촬영했던 마이크로비치, 해안 수간모옥 같은 포비든 아일랜드, 사이판 여행자의 참새 방앗간 버드아일랜드와 그로토 등은 여전히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요즘엔 드래곤 테일 협곡과 이스트베이클리프 해안 절벽 스노클링 등도 유명해졌다.

그로토
악어바위

또 악어바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산후안 비치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늘고 있다.

가라판 시내 쇼핑센터 ‘아이 러브 사이판’의 ‘원 플러스 원’ 이벤트처럼, 요즘 사이판이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여행 선물 한 보따리를 더 준비했다.

■사이판,티니안,로타 북마리아나제도 자연·문화·감동여행기 글 싣는 순서 ▶5월13일 ▷원폭 출격한 티니안 가보니, 푸른 파라다이스였다 ▶5월14일 ▷국제 먹방 대회 1위 한국인, 선명한 복근 과시 ▷숨은 보석섬 티니안, 열 빛깔 바다를 품었구나 ▶5월20일 ▷사이판서 등산,승마? BTS순례코스 까지, 즐길 것 늘었다 ▷타포차우산 등정하니 비로소 지구는 둥글다 ▷삼성부터 리틀야구까지 온국민 징용 희생자 추모에, 공군사관 생도들 “나라 꼭 지켜내겠다” ▶5월23일 ▷호기심 천국 티니안 한바퀴..“하루속히 배 띄워야” ▷“작은 고추가 맵다” 티니안 페퍼와 한국인 후손들 ▷티니안 남에서 북까지, 선샤인&다크 투어 가이드 ▶5월 27일 ▷등산·승마·전통체험까지…사이판 여행이 달라졌다 ▶5월 28일 ▷휴양 넘어 체험까지...사이판 ‘1+1 여행’ ▶6월 2일 ▷제2그로토, 로타홀을 아시나요? 사이판-티니안-로타의 액티비티 ▷마리아나 헤리티지여행, 태평양을 다 품었다..미키의 꿈

abc@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