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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투자협력·FTA...막혔던 ‘한중관계’ 맥 뚫렸다
뉴스종합| 2024-05-27 13:00
윤석열(왼쪽 세 번째) 대통령과 리창(오른쪽 세 번째) 중국 총리가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회담을 갖고 있다. [연합]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李强) 중국 총리는 회담을 통해 경제협력 분야에서 구체적인 성과물을 냈다.

윤 대통령과 리 총리는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내달 초 한중 FTA 2단계 실무협상이 화상회의로 진행된다. 우리 측에선 유법민 산업부 FTA 교섭관이 수석대표로 나설 예정이다.

산업부는 이번 한중 회담을 계기로 양국 FTA 2단계 실무협상 재개에 착수, 첫 회의에서 양국 입장 차를 확인하고 조율할 방침이다. 2015년 발효된 뒤 지지부진했던 양국의 FTA 2단계 협상은 문화, 관광, 법률 분야까지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방안이 담긴다.

한중 FTA 2단계 협상 타결될 경우, 한류 문화콘텐츠와 관광, 의료 등 서비스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중 FTA에는 서비스·투자 분야가 포함됐지만 시장 개방 수준은 미흡한 편이었다. 건설, 유통, 환경, 관광 등 서비스 분야에서 기재된 것만 개방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이뤄진 것이다. 제조업, 농업, 광업 등 비서비스 분야 투자에 대한 시장 개방 약속은 포함되지 않았다. 전체 155개 서비스 분야 중 90개를 개방했지만 완전 개방은 6개 분야에 불과했다. 병원 서비스, 요양 서비스, 연구개발(R&D) 등 65개 분야는 아예 개방하지 않았다.

한중 양측은 이외에 ▷한중 투자협력위원회 재개 ▷한중 수출통제대화체 출범 ▷한중 공급망 핫라인 가동 등에 합의했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장관급 한중 투자협력위원회 재개로 양국 간 투자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는 양측의 평가가 있었다”며 “리 총리는 특히 양국이 신산업 분야의 핵심 대국이기에 이 분야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제안했다”고 했다.

시진핑 3기 체제가 출범하고 중국은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시 주석은 3월 베이징에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 등 미국 재계 인사들을 만나 대중국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리 총리 역시 이번 방한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담을 만나 첨단 제조업, 디지털 경제, 인공지능(AI), 바이오·의약 등 신산업 분야를 언급하며 ‘윈윈(win-win) 협력’을 강조했다. 대(對)중국 투자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양국이 ‘외교안보대화’를 신설해 다음 달 중순 첫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외교부에서는 차관이, 국방부에서는 국장급이 참석하는 2+2 대화협의체다.

또한 양측은 한중 1.5트랙(반관·반민) 전략대화와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 다만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반면 양국 관계 정상화의 상징이 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가 없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국 총리와 회담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나 우리 대통령의 방문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거론된 자리는 아니었다”며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 정상급 교환 방문 문제는 계속 협의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2008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제1차 한일중 정상회의부터 국가주석 대신 경제 사령탑인 현직 총리가 참석하도록 관례화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에도 중국측에서는 총리가 참석한다. 국가 주석은 정치와 외교, 군사 분야를, 총리가 경제와 내치를 맡고 있어 주요 의제가 ‘경제협력’에 있는 정상회의에 총리가 참석하도록 했고, 이를 관례화했다.

시 주석은 G20(주요 20개국)·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해 왔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3기 집권체제에 접어들며 역할이 확대된 만큼, ‘정상회의’의 격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 주석이 마지막으로 한국을 찾은 것은 2014년 7월이다. 이후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었다. 2017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했기 때문에 시 주석이 답방할 차례다. 2019년 중국 청두에서 열린 제8차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베이징에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재차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했으나,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했다.

내년 우리나라가 개최하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이 방한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정도로 빠지지 않고 공들여왔다.

다만 전문가는 미국이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도 시 주석의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외교적 공을 각별하게 들였던 만큼, 우리나라 역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고 전망한다. 또 이는 양자 방문이 아닌 만큼 복잡한 셈법이 예고된다.

최근 한중 양국은 지방 정부 간 교류를 시작으로 고위급 교류를 이어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3~14일 왕이 중국 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한중 정상회담 및 한일중 정상회의 의제를 조율했다. 왕 부장은 조 장관의 방한을 초청에 “상호 편리한 시기에 방한하겠다”고 화답한 상태다.

배문숙·최은지 기자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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