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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회석 나라에서 시멘트생산 때 석회석 줄이기 안간힘
뉴스종합| 2024-05-27 13:29
그리스 마케도니아주 테살로니키시에 있는 티탄그룹의 에프카르피아 시멘트공장. 공장 관계자가 에너지-원료가 순환되는 ‘코프로세싱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문술 기자]

[테살로니키(그리스)]“에너지-원료 ‘코프로세싱(공동처리) 시스템’을 구축해 지난 5년 동안 화석연료 사용 12만t, 온실가스 배출량 17만5000t을 감축했습니다. 이는 자동차 6만대 운행을 멈춘 것과 같습니다.”

‘시멘트강국’ 그리스가 자원순환과 탄소중립 공정 투자에 한창이다. 거의 전 국토가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과 함께 석회석의 열 변형암인 대리석으로 구성된 나라다.

그럼에도 이 나라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시멘트 생산 때 ‘혼합재’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혼합재란 시멘트 제조 때 석회석 대신 쓰는 건축물의 폐콘크리트, 발전소의 석탄재, 시멘트공장의 석회미분말, 번트셰일 등을 말한다.

이는 석회석(CaCO3)을 가열해 생산하는 시멘트 반제품인 클링커(CaO)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게 한다. 시멘트 1t 생산 때 약 700kg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는 데, 90%가 클링커 제조공정에서 발생한다. 즉, 건축물 접합재로서 기존 시멘트의 물성과 성능이 동일하다면 혼합재 사용을 늘리는 게 탄소감축에 훨씬 효과적이란 소리다.

지난 21일 그리스의 제2 도시인 마케도니아주 테살로니키시에 있는 티탄(Titan)그룹의 에프카르피아 시멘트공장을 찾았다. 티탄그룹은 그리스 건축자재 기업으로 시멘트 60%, 나머지는 대리석 등 석재와 골재를 생산해 남동유럽 나라들과 북아프리카에 공급한다. 그리스에만 3개의 시멘트공장을 운영한다. 연간 매출액은 25억4700만유로(3조7261억원) 수준.

스트룽가리스 바실리스(Stroungaris Vasilis) 에프카르피아공장 총괄책임자는 “코프로세싱 공정으로 원료-연료 대체에 주력해왔다. 2019~2023년 동안 가연성 폐기물, 바이오매스 등 18만5000t을 대체연료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통해 12만t의 화석연료 절약과 이산화탄소 17만5000t의 배출 감소를 달성했다. 테살로니키 거리에서 차량 6만대 운행을 멈춘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에프카르피아공장은 연료 또한 바이오매스 같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매년 높여가고 있다. 이밖에 화학공장의 부생수소 연료화(연구 중)를 포함해 2030년까지는 재생가능한 에너지만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인공지능(AI) 도입 등 생산공정의 디지털화를 통한 ‘무인공장’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모든 미래형 투자에는 유럽연합(EU)이 운영하는 ‘혁신펀드(Innovation Fund)’로부터 2억3400만유로를 지원받았다. EU는 철강, 시멘트 등 탄소배출 기업으로부터 탄소세를 거둬 역내 기업들의 탈탄소 공정에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투자하고 있다.

알렉산드로스 카챰풀라스 ESG담당 이사는 “소성로의 폐열회수, 탄소포집, 소성공정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이를 모두 AI로 통합하는 ‘미래형공장’을 창조하고 있다”며 “우리 주변 세상을 더 지속가능하고 안전하게 만들어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에프카르피아공장은 2017년부터 데살로키니시에서 발생하는 폐콘크리트를 비롯한 다양한 혼합재를 시멘트 원료로 25% 이상 재활용하고 있다. 폐콘크리트의 경우 KS 규정상 현재 국내는 혼합재로 사용하지 못한다.

현장에 동행했던 김진만 공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국내 혼합재 사용 기준은 유럽에 비해 종류 및 사용량이 현저히 낮다”며 “시멘트업계의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적극적인 KS기준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스 마케도니아주 테살로니키시에 있는 티탄그룹의 에프카르피아 시멘트공장. 공장 관계자가 에너지-원료가 순환되는 ‘코프로세싱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문술 기자]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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