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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눈높이 간파한 한앤코, SK이터닉스 회수 개시 [딜있슈]
뉴스종합| 2024-05-27 17:00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포트폴리오 기업 SK이터닉스의 투자금 회수를 개시했다. SK이터닉스가 올해 3월 SK디앤디에서 인적분할된 이후 시장에서 높은 멀티플을 인정 받자 한앤코는 중간 회수 기회를 포착했다. 한앤코 잔여 지분율은 22%지만 최대주주와 '공동 경영권'을 갖는 소수지분인만큼 매각 방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투자 5년 만에 해법 찾은 엑시트 '인적분할'=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SK이터닉스 지분 약 9%를 블록딜로 처분해 692억원을 확보했다. 주당 매각가는 2만7448원으로 수요예측일인 23일 종가에 10% 할인율이 적용됐다. 거래 이후 한앤코의 지분율은 22%를 기록 중이다.

SK이터닉스는 SK디앤디에서 분할돼 올해 3월 29일 코스피에 재상장됐다. 상장 첫날 1만2000원대였던 주가는 현재 3만원대 수준까지 높아졌다.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의 성장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앤코가 SK이터닉스 보유 지분을 한꺼번에 정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SK이터닉스 시가총액이 8000억원대를 넘어서자 중간회수 적기로 판단한 모습이다. 분할 당시 평가된 SK이터닉스의 예상 시총은 약 1200억원이었다. 한앤코의 SK디앤디와 SK이터닉스 분리 결정은 시장 수요를 파악한 성과로 평가 받는다.

지난해 SK디앤디는 주거 플랫폼 등 부동산 개발과 운영 부문을 남기고 SK이터닉스를 세워 신재생에너지·ESS 사업부를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이종 사업이 하나의 상장사에 묶여 있을 경우 거래 배수가 낮은 사업부 쪽으로 주가가 수렴하는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려는 조치였다.

▶소수지분 매력 끌어올리는 ‘경영권’ 유지 관건= 한앤코의 SK디앤디와 SK이터닉스 투자 기간은 5년을 경과한 상태다. 최창원 부회장이 SK그룹 내 소그룹격인 SK디스커버리 중심 지분구조를 구축할 당시 SK디앤디 지분을 한앤코에 매각했다.

한앤코는 2018년 SK가스와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보유하던 SK디앤디 구주를 1954억원에 인수한 이후 두 차례 유상증자에 참여해 833억원을 출자했다. 지분 취득에 투입한 원금은 2786억원이며 이 중 인수금융 잔액은 1470억원이다. SK이터닉스 지분 블록딜로 에쿼티 투자금의 절반을 회수한 상황이다.

현재 SK디앤디와 SK이터닉스 시가를 고려한 한앤코의 보유 지분 가치는 2500억원 수준으로 이익구간을 지키고 있다. SK디앤디의 경우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지만 6600억원의 수주 잔고 등을 감안하면 본업은 순항 중이다.

시장의 관심은 한앤코의 최종 엑시트 전략으로 모아진다. 한앤코는 SK이터닉스의 경우 최대주주인 SK디스커버리와 9%포인트(p) 낮은 2대주주지만 공동 경영권을 가진다. 2018년 투자 당시 SK디앤디 구주 매각가에 약 40% 수준의 프리미엄을 제공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SK디앤디는 한앤코와 SK디스커버리의 의결권 지분율이 동일하며 한앤코가 최대주주보다 2주 더 많이 소유 중이다.

SK이터닉스의 경우 지분 소유 비율을 낮췄지만 경영권을 사수할지 주목된다. 경영권을 갖는 소수지분이라면 매각 흥행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평가다. SK이터닉스는 올해부터 연료전지, 육상풍력 프로젝트에서 매출 확대가 기대되며 사업 파이프라인도 탄탄해 성장 기대감이 높다. 물론 SK디스커버리가 새로운 2대주주와 한앤코와 동일한 계약을 유지할 유인이 낮은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ar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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