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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들 LH가 집 사서 10+10년간 살게 해준다
부동산| 2024-05-27 18:43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집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매에서 낙찰받아 이를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해 10+10년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방안을 27일 내놨다. 야당 주도로 28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예상되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선구제 후회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야당안에 대해 “혼란과 불편을 가중할 수 있고 (사실상) 시행이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주거안정에 초점”…경매차익 활용해 피해자 지원=국토교통부는 이날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시행 1년을 맞아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전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안은 LH가 전세사기 피해자의 우선 매수권을 양도 받아 피해주택을 낙찰 받은 뒤 그 주택을 공공임대로 전환해 피해자에게 장기간 제공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정상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LH는 매입하고 피해자에게 추가 임대료 없이 현재 살고 있는 주택에서 10년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즉 LH 감정가에서 경매낙찰가를 뺀 차익은 일종의 피해자의 임차료로 활용되며 그 액수가 부족할 때는 재정 보조를 통해 매우게 된다.

예를들어 LH감정가가 2억원인 주택을 1억 6000만원에 LH가 낙찰 받아 4000만원의 경매차익이 발생했을 때 해당 주택에서 살고 있던 피해자는 두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먼저 4000만원의 경매차익을 받고 나갈 수도 있고, 또는 공공임대주택 월세가 30만원이라고 계산하면 피해자는 10년간 무상으로 거주한 뒤 400만원(4000만원-(30만원×36개월))의 남은 경매차익을 돌려 받을 수 있게 된다. 만약 경매차익이 피해자의 임차료로 부족한 경우에는 국고로 보전된다.

또 10년 거주 후 피해자가 계속 거주를 희망하는 때는 시세와 대비해 50~70% 할인된 금액으로 10년 더 거주할 수 있게 해주는 내용도 포함됐다. 첫 10년 거주때는 소득·자산·무주택 요건이 필요없지만 추가로 10년 거주를 희망할 때는 무주택자만 연장할 수 있다.

기존 특별법에서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위반건축물과 신탁사기 주택 등에 대한 방안도 내놨다.

위반건축물의 경우 입주자 안전에 문제가 없으면 이행강제금 부과를 면제하고 수선을 통해 안심 거주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 줄 예정이다. 신탁사기 피해자에 대해서도 LH가 신탁물건의 공개매각에 참여하고 여기서 남는 공매차익을 활용해 피해자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또 건물 전체 등기가 하나로 구성된 다가구 주택은 피해자 전원의 동의로 공공이 경매에 참여해 매입할 수 있게 했다. 남은 경매차익은 피해액 비율대로 각자에게 돌려줘 보증금 피해를 회복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이미 경공매가 종료됐거나 건물 안전 등의 문제로 정부가 피해 주택을 매입하기 어려운 피해자에게는 대체 공공임대 주택이 공급된다. 기존 주택이 아닌 다른 대체 공공임대주택에서 무상으로 10년간 거주할 수 있고 추가 거주를 원하는 경우에는 다른 피해자들과 같은 조건으로 10년 더 살 수도 있다.

금융지원 강화 방침도 내놨다. 전세사기 피해자 전용 정책대출의 요건을 완화해 금리 부담을 낮춰줄 계획이다. 또 피해주택 중 오피스텔이 많은 점을 고려해 전세사기 피해자 보금자리론 지원대상에 주거용 오피스텔을 추가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피해자는 살던 주택에서 추가 임대료 부담 없이 보증금 피해까지 회복할 수 있어 많은 신청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현 불가능한 야당 개정안” VS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야당 개정안”

야당이 발의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한 현 시점에서 하루를 남기고 정부안을 내놓은 것에 정부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주거안정성 측면에서는 정부안이 월등히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은 전세 사기 피해자인 임차인의 전세보증금 일부를 우선 정부기관이 돌려주고(선구제), 추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비용을 보전하는 것(후회수)을 골자로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의 기관이 전세 사기 피해 주택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사들인 뒤,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피해자들의 주거에 초점을 두지 않고 전세보증 반환 채권을 정부에서 사줘야 하는 만큼 그 액수를 정하는 것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예산을 편성하는데도 오랜 기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신속한 구제의 핵심은 해당 자금이 전세금이고 이 돈은 주거에 쓰였다는 것”이라면서 “주거불안을 없애 주는 것이 신속한 구제의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발의한)법 통과를 가정하는 것이 조심스럽다”면서도 “개정안이 통과했을 때 행정부 수장으로서 집행을 맡아야 하는데 사실상 집행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내일 본회의 통과가 예상되는 개정안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최은선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위원회 부위원장은 “그간 많은 피해자들이 정부의 주택 매입을 요구해왔지만 실무에서는 부실공사 등을 이유로 매입을 꺼려왔다”면서 “정부안의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대부분 피해자들이 전세보증금 반환 채권이 사라지는 정부안 대신 ‘선구제 후회수’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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