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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전지현도 반한 ‘다미아니’, 지난 100년이 이탈리아였다 [언박싱]
뉴스종합| 2024-06-03 10:53
마르게리타 데저트 가든의 스케치와 보석들. [다미아니코리아 제공]
마르게리타 데저트 가든의 스케치와 보석들. [다미아니코리아 제공]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100년의 역사를 보석 100개로 보여주겠다. 각 보석에 새겨진 ‘다미아니’는 할아버지, 아버지, 남매 그리고 손자와 후손의 이름이다.”

지난달 31일 찾은 이탈리아 하이엔드 주얼리 대표 다미아니의 서울 전시장. 어둠 속 주얼리의 광채, 그 빛을 포착하려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다미아니 소속 세공사가 직접 보석의 패싯(깎인 면)을 다듬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관람객들이 쇼케이스 유리 속 주얼리 작품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프랑스에 마구(馬廏) 장인이 시작한 에르메스가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세공 장인이 시작한 다미아니가 있다. ‘100년의 유산, 장인정신 그리고 이탈리아적 열정’이라는 주제로 월드 투어를 진행 중인 다미아니는 밀라노에 이어 한국을 아시아 첫 전시 지역으로 택했다. 이는 2022년 세계 명품 소비 1위를 기록한 한국 시장과 무관하지 않다. 다미아니의 2022년 한국 매출(4월부터 이듬해 3월)은 782억원으로, 2021년 대비(490억원) 대비 약 60% 상승하며 성장 중이다.

다미아니의 창립자 엔리코 다미아니(왼쪽)과 그의 아들 다미아노 다미아니. [다미아니코리아 제공]
다미아니 가문의 3세인 조르지오(왼쪽부터), 귀도, 실비아 남매. 삼남매는 모두 다미아니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다미아니코리아 제공]

다미아니는 지난 1924년 주얼리를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려는 보석 공예사 엔리코 다미아니에 의해 시작됐다. 그의 성을 딴 브랜드는 2세 다미아노 다미아니에 이어 3세인 실비아, 귀도, 조르지오 다미아니 남매가 이어받았다. 아버지 다미아노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경영을 시작한 삼 남매는 어머니의 지원 아래 각각 마케팅·영업, 원석 구매· 디자인 역할을 나눠 맡았다.

‘우리 세대에서 삼 남매 외에 그 누구도 경영에 참여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며 가족경영의 선례를 만드는 다미아니는 ‘진정성의 럭셔리’를 추구한다. 티파니앤코의 사례처럼 거대 명품 기업에 오너 가문이 유명 브랜드를 매각하는 것과 다른 행보다.

그 진정성에 화답하듯 다미아니는 ‘주얼리계의 오스카’라 불리는 다이아몬드 인터내셔널 어워드에서 18차례나 수상하며 명성을 쌓았다. ‘주얼리의 도시’인 이탈리아 발렌차(valenza)에서 탄생한 다미아니는 지금까지도 50여 명의 전문 세공사가 공방에서 수작업으로 보석을 만드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다미아니 소속 세공사가 직접 보석의 패싯(깎인 면)을 다듬고 있다. [다미아니코리아 제공]
다미아니의 '마르게리타 데저트 가든'. 한화 10억원대. [다이마니코리아 제공]

이후 할리우드의 전설로 불리는 소피아 로렌을 비롯해 기네스 펠트로, 샤론 스톤 등 세계적인 배우들이 브랜드 홍보대사로 활약했다. 그만큼 다미아니 주얼리는 ‘이탈리아적인 것을 세계화시켰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는 배우 전지현이 2011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다미아니 귀걸이를 착용해 주목받았다.

다미아니 주얼리는 ‘르네상스’, ‘벨 에포크’ 같은 유럽 역사 속 장면을 섬세한 보석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컬렉션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마르게리타 데저트 가든’만 봐도 이런 방향성을 알 수 있다.

해당 작품은 사막 속 데이지꽃을 형상화했다. 짙은 노란색의 20.67캐럿 다이아몬드에서 시작해 에메랄드, 사파이어, 파라이바가 춤을 추는 듯 뻗어나가는 패턴이 빛난다. 창립자인 엔리코의 과거 스케치에서 영감을 받아 100주년 기념으로 제작했다. 당시 엔리코는 이탈리아를 통치했던 사보이 여왕 마르게리타의 개성과 매력을 보석에 담고자 했다. 작품의 가치는 한화로 10억원이 넘는다.

‘100년의 유산, 장인정신 정신 그리고 이탈리아적 열정’ 서울 전시장 내부. [다미아니코리아 제공]
판타지 컷의 그린 트레저 오브 무조의 제작 모습. [다미아니코리아 제공]

다미아니는 고대부터 금속 가공 기술과 도자기, 유리로 유명세를 키운 이탈리아의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 피에로 델 폴라이올로 등 회화, 조각, 건축 등 예술가의 존재가 세공의 발전에 영향을 준 것을 중요한 유산으로 본다. 동시에 스토리를 담은 주얼리로 독창성을 강조한다.

판타지 컷의 그린 트레저 오브 무조의 경우, 콜롬비아 열대 우림을 연상시키는 펜던트에 자연의 신비를 담았다. 신화 속 불멸의 존재인 푸라(Fura)와 테나(Tena)가 슬픔으로 인해 바위로 변했고, 그 눈물이 에메랄드로 변했다는 이야기를 보석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다미아니는 이번 전시를 통해 가족, 전문성, 창의성, 역사, 열정을 담은 이탈리아적인 가치를 선보일 계획이다. 다미아니의 100주년 기념 보석들은 이후 홍콩, 일본, 두바이 등을 돌며 세계인과 만난다. 사전판매가 완료된 제품들은 약 30%다. 전시는 9일까지다.

다미아니 전시전 작품. 김희량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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