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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빼고 모조리 폭망’ 섬뜩한 경고…지방소멸 쇼크 집값도 덮쳤다 [부동산360]
부동산| 2024-06-04 10:48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 6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광주광역시에 가지고 있던 아파트를 9억5000만원에 팔았다. 현재는 제주도에서 연세 2000만원에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고금리 시대에 아파트를 판 돈을 예금으로 맡겨두니 주거비는 물론 일부 생활비까지 보탤 수 있다. 집값이 떨어지면 가지고 있던 상가 중 일부도 팔고 서울 강남에 작은 집을 마련하고자 한다. 각종 인프라는 물론 병원까지 잘 갖춰진 서울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서다. 하지만 서울 집값이 최근 다시 오른 다는 소식에 영영 서울 집을 못사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불안한 마음이다.

#. 대구에 사는 40대 B씨는 15년 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마련해 둔 아파트를 팔라는 전화가 서울 공인중개사무소에서 하루가 머다하고 걸려온다. 남편이 대구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얻어 당장은 서울에 이주할 계획 없다. 그럼에도 주변에서 “서울집은 파는거 아니다”며 만류한다. B씨는 앞으로도 서울 집값은 오를것이란 확신에 팔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국 경제의 고질적 병폐인 서울 ‘쏠림’ 현상이 주택 시장 마저 덮치고 있다. 지방은 매물이 쏟아지는데, 서울은 수요가 밀려든다. 강남 등 서울 인기지역 소유자들은 집을 내놓지 않는데, 전국각지에서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서울 부동산을 사들이려 한다. 지방 인구의 급감과 이로 인한 지방 소멸 우려가 이런 흐름을 더욱 강화시키는 흐름이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자리는 부족하고 지역의 젊은이들이 누릴 문화시설들이 부족하면서 지방인구 감소와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이들이 서울로 올라오며 서울 집에 대한 인기는 더욱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17개 행정구역 중 이동인구수가 늘어난 곳은 서울·인천·경기·세종·충청 등 대부분 수도권에 한정됐다.

서울, 인천, 경기도가 각각 1132명, 9681명, 1만3152명 늘어나는 동안 부산은 2433명, 대구는 3031명, 광주는 2709명, 경남은 6277명이 줄어들었다. 부산·대구·경남 인구가 전부 경기도로 이사를 간 수준이다.

지금도 빽빽한 서울로 인구가 더욱 몰려드는데는 지역별 경제력 격차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방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던 제조업이 2000년대 초반 붕괴하고, 수도권 주변으로 반도체 산업단지 등이 조성되면서 지방의 청년층 이탈이 극심해지고 있다. 교육이나 일자리, 의료, 문화 등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인구 집중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경제력의 몸집 차이는 이미 막대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가구당 평균 자산은 6억 5908만원으로 비수도권(3억9947만원) 보다 65%나 많다. 취업자도 수도권이 51.6%를 차지했다. 월평균 실질임금 차이는 2015년 34만 원에서 2021년 53만 원으로 벌어졌다.

최근 이같은 문제를 집중 진단한 ‘피크아웃 코리아’를 발간한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수도권 과밀화의 부작용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기 시작한 계기는 출산율 감소 때문”이라면서 “도시 과밀화로 인해 사람들이 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생활을 해야 한다면 또 경쟁압력을 받는 구조라면 저출산문제는 필연적”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수도권 과밀화는 이제 부동산 시장을 덮치고 있다. 집값의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지방6대 광역시 아파트 매매변동률은 28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서울은 11주째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신규 주택 공급인 분양 시장의 양극화는 처참하다. 지방 분양 시장의 침체 여파로 4월 전국 미분양 주택이 1년 만에 다시 7만가구를 돌파해 7만1997호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5만7342호가 지방에 위치했다. 이중 악성 미분양 주택은 9개월 연속 늘어 1만3000가구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서울 지방간 양극화를 늦추기 위한 정부의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서울 쏠림 현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지만 서울에 편중된 투자를 지방으로 분산해야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조언이다.

김진유 경기대 스마트시티공학부 교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정비사업 부담 완화 등 많은 정부정책이 서울의 개발가능성을 올려주고 있다”면서 “지방 구도심의 생활형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지방 소멸의 속도를 그나마 늦춰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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