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져
숲멍·힐링·미학...강화부터 제주까지 비밀의 정원 누빈다
라이프| 2024-06-04 11:25
남해군 토피아랜드 편백숲에서 즐기는 ‘해먹 숲멍’

연전연승하며 왜군의 보급로를 차단했던 충무공 이순신은 1598년 생애 마지막 전투였던 노량 해전에서 왜적이 두 번 다시 침략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혼쭐 내겠다고 마음 먹는다.

충무공 자신도 적극적으로 전투에 임했거니와 도주하는 적선도 끝까지 쫓아가 섬멸하도록 지시했고, 한산도 대첩, 명량 해전보다 많은 전략을 총동원한다. 그 중 하나가 ‘꽝꽝나무 전술’이었다.

꽝꽝나무는 불에 태우면 잎에 있는 공기층이 터지면서 ‘꽝꽝’ 소리를 내 붙여진 이름이다. 작명법이 자작나무와 같다. 충무공은 적들이 근접해오거나 도주할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꽝꽝나무를 계속 태우도록 했다. 총 소리로 착각하게 만들어 움찔하도록 했던 것이다.

경남 남해군 토피아랜드에 가면 이 꽝꽝나무가 참 많다. 꽝꽝나무를 가위로 다듬은 토피어리(topiary·나무로 만든 조각 작품) 작품도 그 만큼 많다.

토피아랜드는 국내 첫 토피어리 정원이다. 이곳에는 60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초록기차, 공룡, 거북이, 오리 가족 등 귀여운 동물은 물론 뽀로로·라바·포비 같은 만화 캐릭터까지 다양하다. 아이 손을 잡은 부모도 동심으로 빠져든다.

한국관광공사는 6월 가볼 곳 테마 ‘정원별곡’에 맞춰, 토피아랜드 등 5곳을 선정했다. 오래된 국내 대표정원 소쇄원에서 근대철학이 융성하고 미학과 문예가 발전했 듯 정원은 힐링 효과는 물론, 인간의 창의성과 인문학을 키운다.

남해군 토피아랜드

국내 첫 토피어리 정원 ‘토피아랜드’

토피아랜드 초록 정원을 걷다가 뒤돌아보면 쪽빛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토피어리 정원 위쪽에는 울창한 편백숲이 있다. 한낮에도 어둑어둑할 정도로 빼곡한 편백숲으로 들어서면 푹신한 빈백과 아늑한 해먹이 지친 몸을 잡아끈다.

널따란 평상은 가벼운 도시락을 들고 소풍하기 좋다. 편백나무 사이로 맨발 산책로가 나 있고, 에센스 오일이 첨가된 특별한 족욕체험도 즐길 수 있다.

가까운 거리에 남해군의 명소가 지천이다. 차로 15분이면 독일마을에 닿는다. 마을 입구에서 메인광장으로 이어지는 오르막을 따라 독일 맥주와 소시지를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 마을 위 전망대에 서면 이국적인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360도 파노라마 뷰를 자랑하는 보물섬전망대에서는 액티비티의 짜릿함을, 300년 전에 조성된 물건리방조어부림에서는 신비로운 숲과 푸른 바다를 모두 누린다.

공주시 유구색동수국정원

1급수 청정 하천에 심어진 2만여 수국

백제의 고도였던 충남 공주시가 새 매력을 장착했다. 공주 북서쪽에 조성된 유구색동수국정원 덕분에 친환경 생태 정원으로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유구색동수국정원이 위치한 유구천은 공주시가 복원한 1급수 청정 하천이다. 총 4만3000㎡ 면적의 유구천 수변공간은 에나멜수국, 목수국, 앤드리스서머, 핑크아나벨 등 약 20여 종 2만여 본의 수국을 심어지며, 중부권 최대 수국단지로 거듭났다.

공주시의 수국이 조금 일찍 피기에 ‘유구색동수국정원 꽃축제’는 늘 북적인다. 이 축제는 올해에는 이달 14~16일 열린다. 유구색동수국정원 인근에 조성된 유구벽화거리에서는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 섬유산업을 이끌었던 유구 지역의 모습을 벽화로 감상한다.

정원에서 차로 20여 분 걸리는 국립공주박물관에서 백제시대 전반을 되짚어본 뒤, 웅진도읍기(475~538년) 대표 성곽인 공산성(公山城)과 금강의 풍경을 가슴에 담을 수 있다.

공주시의 무령왕릉과 왕릉원은 백제 시대의 화려함을 상상할 수 있는 충청권 대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강화군 화개정원

장미와 수국이 반기는 ‘화개정원’

화개정원은 인천 강화군 교동도 화개산 기슭에 조성한 정원이다.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안쪽 교동도를 체감할 수 있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6·25 전쟁이 있었던 6월에 한층 의미가 있다. 정상부 화개산전망대 스카이워크는 북한의 연백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물론 요즘 화개정원은 푸른 쉼터이기도 하다. 다섯 가지 정원에 식재한 약 18만 본의 식물은 싱그럽기 그지없다. 이맘때는 장미와 수국이 반긴다.

‘멍때리기 존’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선베드, 해먹 등을 설치하고 그늘막을 드려 바다를 보며 멍하니 머물기 좋다.

금풍양조장은 3대를 이어오는 양조장이다. 가벼운 시음과 체험도 가능하다. 약석원은 강화 약쑥을 활용한 좌훈 체험관이다. 두 곳 모두 인천을 대표하는 강화군의 웰니스 여행지이다. 서쪽 해안의 옛 방어진지인 계룡돈대는 이젠 석양이 아름다운 한적한 쉼터가 되었다.

‘생각하는 정원’에서 제주와 한국을 보다

제주 제주시 한경면의 생각하는 정원은 어떤 것도 모방하지 않는 점을 자랑으로 여긴다. 한국산 수종을 심고 돌담과 오름을 표현해 제주와 한국을 담았다. 농부 성범영 씨는1968년 황무지를 개간해 밀감나무와 정원수를 심고 돼지와 소도 키웠으나 지금은 나무 분재에먼 전념한다.

생각하는 정원의 주제는 평화이다. 정원 입구에 들어서면 귓가에 들리는 새소리, 물소리, 잔잔한 음악소리와 어우러지는 초록의 풍경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정원은 5개의 연못과 어우러진 9개의 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관람로에서 근경과 전망대 원경 모두 멋지다.

체험 프로그램으로 맷돌 커피와 블랙푸드 통곡물 음료 만들기, 한국 파란나무 만들기, 싱잉볼 명상을 한다. 오리지널 싱글 빈으로 맛보는 세계 3대 커피와 제주 로컬푸드도 준비돼 있다.

한경읍의 환상숲곶자왈공원 숲속 산책로 외에 독채 숙박 시설, 족욕카페 등 부대시설과 여러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제주도는 중국의 황산, 일본의 후지산과 함께 세계 3대 녹차 산지로 꼽힌다. 오설록티뮤지엄은 드넓은 녹차밭, 감각적인 디자인의 카페 공간, 예쁜 포토 스폿으로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화순군 무등산 바우정원

자연 그대로의 자연스러움 ‘바우정원’

흔한 바윗돌이 수천 년의 역사가 되고, 폐품인 쇳덩이와 버려진 나뭇조각이 생명력 가득한 작품이 되는 곳. 5만여 평 규모의 전남 화순군의 무등산 바우정원은 걸음마다 상상력이 발휘되는 전라도 제11호 민간정원이다.

‘자연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설립자인 안국현 무등산 바우정원 대표가 정원, 건축, 공연문화, 휴양, 체험, 교육, 치유 등의 공간으로 결실을 보기까지 꼬박 20년이 걸렸다.

정원의 쉼터이자 핫플레이스인 ‘수만리 커피’에서 출발해 바우정원의 핵심만 가볍게 돌아보는 코스는 40여 분, 큰 원형을 그리며 편백숲 트리하우스와 수평계곡까지 전체를 살펴보는 것은 약 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이끼정원, 쑥부쟁이 갤러리, 벼락바우, 노루잠자리, 고래눈물바우 등 정원 작명이 이채롭다. 바우정원은 버려진 물건이 ‘임자’를 만나 재탄생한 업사이클링 정원이자, 은근과 끈기, 지붕과 산의 곡선을 곳곳에 담아낸 한국미 넘치는 정원이다.

화순군의 또 다른 여행지는 만연저수지를 품은 동구리호수공원과 화순군립최상준미술관, 양참사댁 고택, 고인돌 유적 등이다.

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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