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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까지 모시고 살지 말자”…‘마처세대’의 마지막 보루, 주택연금 200% 활용법 [노후(NO後) 준비,지금부터⑥]
뉴스종합| 2024-06-07 10:23

중국 춘추시대 진나라 왕 도공은 정나라가 항복의 표시로 보내온 예물 중 절반을 가장 공이 컸던 신하 위강에게 하사했다. 하지만 위강은 이를 사양, 평안할 때도 위기를 생각하는 마음을 항상 가지면 즐거움을 오래 누릴 수 있다고 도공을 일깨웠다. 이게 바로 사자성어 ‘거안사위(居安思危·안정 속 위기 대비)’의 유래다. 거안사위는 개인 노후준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은퇴가 멀다고 느껴질수록 준비를 해둬야 더욱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은퇴가구의 적정 생활비는 300만원을 훌쩍 넘지만 실제로는 최저 생계비도 충당 못해 허덕이는 노령인구 비중이 높다. 생활비 마련도 60% 이상을 공적 연금·수혜금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앞으로 ‘노후(NO後)준비, 지금부터’ 시리즈를 통해 각종 연금상품 파헤치기, 절세 노하우, 전문가 심층인터뷰 등으로 독자들과 성공하는 100세 시대의 문을 활짝 열 계획이다.

[망고보드]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지금의 60대는 이른바 ‘마처세대’라는 또다른 이름이 있다.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지만,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라는 뜻이다.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은퇴한 뒤에도 20·30대 자녀를 돌보고 80·90대 노부모까지 봉양하다보면 정작 자신의 노후 대비는 뒷전으로 밀린다. 최근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도 화제다. 재단법인 돌봄과미래·한국리서치에 따르면, 마처세대의 3명 중 1명은 본인의 고독사를 걱정한다.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2%에 그쳤다.

▶“가진 건 집 한 채가 전부라면…주택연금 활용”=최근 마처세대 사이에선 주택연금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인의 보유 자산 중 부동산이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매달 안정적인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과도 같기 때문이다. 주택연금은 집을 한국주택금융공사(HF)에 담보로 맡긴 뒤 평생 혹은 일정 기간 매달 노후 생활자금을 받는 금융 상품이다. 즉, 이름에 '연금'이 들어갈 뿐 사실상 생활자금을 연금 형식으로 빌리는 대출인 것이다.

부부 중 1명이 만 55세 이상이고, 공시가격 12억원(시세 약 17억원) 이하 주택이면 가입할 수 있다. 주택연금에 가입해 평생 받게 될 월지급금은 가입 당시 주택 시세에 의해 결정된다. 가입 후 주택 가격이 뛰어올라도 월 지급액은 동일하다는 얘기다. 이에 통상 주택연금은 추후 집값 하락이 예상되면 가입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난다. 연간 누적 가입자 수가 계속 증가해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12만3852명이 이용하고 있다.

또 집 가격이 똑같더라도 기대 수명을 고려해 나이가 적을수록 월 수령액이 작고, 나이가 많을수록 월 수령액이 큰 구조다. 만일 현 시세가 4억원인 집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한다면 55세 가입자는 매달 죽을 때까지 58만2000원을, 70대는 118만2000원을 받는다. 그렇다면, 다들 주로 언제 가입할까. 지난 2월 말 기준 주택 연금 가입자의 가입자 평균 나이는 72세로, 평균 주택 가격은 3억8300만원로 조사됐다. 평균 월 지급금은 121만9000원 수준이다.

▶“일단 현금 마련 후 가능한 늦게 가입”=주택연금의 가장 큰 특징은 가입자뿐만 아니라 배우자까지 모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매달 지급된다는 점이다. 부부가 모두 일찍 사망해 주택연금을 생각만큼 많이 받지 못해 손해라고 우려할 수도 있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부부가 모두 사망하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주택을 처분하고 주택 처분금액이 연금수령 총액보다 많으면 그 차액을 상속자에게 돌려준다. 또 연금수령액이 집값을 초과하더라도 상속자에게 청구하지 않는다.

연금 전문가들은 가능하면 늦게 신청할 것을 조언한다.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서 연금액이 올라가는 국민연금과 달리 주택연금은 연금액이 고정되면서 가치 하락분이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또 집값 상승폭 대비 월 지급액이 적다고 판단해 주택연금을 해지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중도해지 수수료는 없지만 주택가격의 최대 1.5%에 해당하는 초기 보증료는 돌려받을 수 없다. 3년 동안 재가입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중히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주택연금 가입 전에 ‘주택 다운사이징’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진단도 있다. 은퇴 후 자녀들이 출가까지 마쳤다면 살고 있던 집의 크기를 줄여 현금을 확보해 재투자하는 게 더 유리할 수 있어서다. 만일 시세 10억원의 아파트를 팔고 7억원의 집으로 이사하면 3억원의 자금이 생긴다. 이를 지방의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사서 월세를 놓을 수도 있고 고배당 ETF 등에 투자해 추가 현금흐름을 만들어볼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다운사이징으로 확보한 현금이 주택연금 총 수령액보다 많거나 비슷하면 고려해볼 것을 추천했다.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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