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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푸드] “프리미엄급 스위트와인은 다릅니다” 헝가리 ‘오레무스’ [베가 시실리아의 명가 원칙②]
리얼푸드| 2024-06-10 09:32
헝가리 대표 스위트와인 ‘오레무스’. 아수베리의 높은 비율과 토카이 지역의 푸르민트 품종 사용이 특징이다. 토카이=육성연 기자

[리얼푸드(헝가리 토카이)=육성연 기자] “설탕이 아니라 포도의 천연당분이에요. 오레무스(Oremus)의 고급스러운 달콤함은 성장하는 디저트 시장에서 주목받기 충분합니다.”

헝가리 동북부 토카이(Tokaj) 지역에서 만난 킨들 로버트 오레무스 와이너리 총괄 매니저는 오레무스만의 고급 풍미를 강조했다. 스페인이 아닌 헝가리에서 베가 시실리아 와인을 마주한 것은 헝가리 공산주의가 종식된 후, 베가 가문이 와이너리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오레무스는 베가 시실리아 와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다. 단맛이 강한 와인은 저렴하다는 일부 편견과 달리, 오레무스는 고가의 프리미엄급 디저트 와인이었다. 국내에선 6만원부터 최고 170만원까지 판매되고 있다.

이 곳에서 시음해 본 ‘아수 3 푸토뇨스(Aszu 3 puttonyos)’는 짙은 황금빛 와인으로, 마치 꿀을 넣은 것 같았다. 정면에서 강하게 내세우는 단맛은 아니었다. 진한 달콤함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끝맛은 신기할 정도로 깔끔했다. 여기에 건포도, 살구 등 말린 과일의 풍미가 더해졌다. ‘지루하지 않은’ 단맛이었다.

오레무스 와인 모습. 토카이=육성연 기자

아수(Aszu) 시리즈는 오레무스의 단맛을 결정하는 ‘아수 베리’에서 나온 이름이다. 아수 베리는 포도에 붙은 보트리티스균(Botrytis)에 의해 화학적 변질 과정을 거친 포도를 말한다. 아수베리의 당분과 포도의 비율에 따라 당도가 달라진다. 방문한 와이너리에서는 수확한 아수베리를 ‘푸토뇨스’라는 전통 바구니에 담았다. 푸토뇨스는 와인 당도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사용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더 달다. 와인 이름이 ‘6 푸토뇨스’라면 ‘3 푸토뇨스’보다 당도가 높다. 킨들 총괄 매니저는 “다른 국가들보다 토카이 환경은 아수 베리가 잘 형성되기 때문에 귀한 아수 베리를 충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풍성한 과실 풍미는 토카이 품종인 푸르민트(Furmint)에서 나왔다. 그는 “복합적인 향과 산미가 높은 푸르민트는 다른 와이너리가 갖고 있지 않은 희귀 품종으로, 오레무스만의 특별함을 만들어준다”고 했다. 총 100 ha(헥타르)에 달하는 오레무스 와이너리에서 약 90% 포도밭이 푸르민트를 재배한다.

베가 시실리아의 경영 원칙은 스페인과 멀리 떨어진 헝가리에서도 지켜졌다. 안드레아 오레무스 와이너리 관계자는 “공산주의 시대엔 많은 포도 수확량이 목적이었으나, 1993년 알바레즈 가문의 매입이 시작되면서 생산량이 적더라도 고품질 와인을 위한 생산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또한 다른 와이너리처럼 오레무스 역시 오랜 숙성 기간을 거친다.

병 숙성 중인 오레무스 와인(왼쪽), 오레무스 와이너리 지하 창고 모습. 토카이=육성연 기자

오래된 와인이 저장된 지하 창고도 공개됐다. 10~12도의 온도와 습도 80~90%가 유지되는 서늘하고 어두운 공간이었다. 별다른 시설 없이 자연이 만들어낸 환경 조건이었다. 보관된 수많은 와인 중에서는 지난 1975년에 생산된 와인도 있었다.

안드레아는 “헝가리에서는 오레무스를 두고 두고 보관해 먹는데, 자녀의 출생년도에 생산된 와인을 결혼식 선물로 주는 전통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오레무스는 헝가리에서 ‘국민 와인’으로 불린다. 현지인들은 특히 크리스마스날에 즐겨 마신다.

이어 그는 스위트와인에 곁들이기 좋은 음식으로 “딸기와 염소치즈, 매쉬드포테이토(으깬 감자요리) 등이 있으며, 매운 아시아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고 추천했다. 국내에는 일년에 120병 정도의 오레무스 와인이 들어오고 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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