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서울 한복판 공공 텃밭서 발견된 양귀비 200여주, 누가 심었나 [르포]
뉴스종합| 2024-06-10 15:11
서울 노원구 하계동 공공 분양 텃밭에서 발견된 마약류 양귀비 200주. [노원구청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서울 노원구청이 공공 분양한 텃밭 2곳에서 마약류 양귀비가 각각 200주, 30주 발견됐다. 텃밭을 분양받은 시민들은 자신이 심은 것이 아니라며 “억울하다”고 했다. 현재로선 누가 텃밭에 양귀비를 심었는지 오리무중이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노원구청은 공공 텃밭 500여곳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10일 노원경찰서와 노원구청 등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공공 분양 텃밭에서 마약류로 분류되는 양귀비 230여주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텃밭에서는 200주가, 바로 옆 텃밭에서는 30주가 발견됐다. 경찰은 지난 8일 “텃밭에 심어진 양귀비가 관상용이 아닌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오후께 마약류 양귀비를 텃밭 주인으로부터 임의 제출 받아 전량 압수했다.

텃밭을 분양 받아 관리하고 있다는 A씨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만나 “2~3주 전 쯤에는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있었고, 일주일 전쯤 빨간 꽃이 한 두 송이 정도 보였다”라며 “양귀비인지도 몰랐고, 꽃이 예쁘다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상용으로든 뭐든 양귀비를 심은 적이 없다”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양귀비가 심어져 있었다. 너무 황당하다. 누군가가 몰래 씨를 뿌렸다는 건데, 이건 범죄”라며 억울함을 표했다. 또 “(공공 텃밭이) 탁 트여있기 때문에 씨를 가진 어르신이 텃밭에 양귀비를 심었을 수도 있다”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양귀비가 발견된 또 다른 텃밭은 사설 어린이집이 분양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텃밭을 분양받은 B씨는 “분양은 내가 받았지만, 작물을 재배하는 곳은 다른 곳이다”며 양귀비가 발견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경찰이 텃밭을 관리하는 구청 기간제 직원까지 조사했는데, 이게 뭔지 몰랐던 상황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서울 노원구 하계동 공공 분양 텃밭에서 마약류 양귀비가 발견돼 경찰이 압수하고 있는 모습. [A씨 제공]

한편, 노원구청은 10일 오후부터 502개의 공공 분양 텃밭을 전수조사해 마약류 양귀비 등 불법 작물 재배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조사는 1차적으로 노원구청 여가도시과에서 진행하고, 전문가가 섭외되는 대로 2차 조사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다음주 초에는 노원경찰서 마약반과 합동으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텃밭을 관리하는 기간제 근로자와 관리부서 직원에게 불법 작물에 대한 주기적인 교육을 하고, 매년 상·하반기 불법 작물 재배 여부를 전문가와 함께 조사할 예정이다.

go@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