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대법, ‘주가조작 무죄’ 견미리 남편 유죄취지 파기환송
뉴스종합| 2024-06-16 09:01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이용경·최정호 기자] 허위 공시로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를 조작해 수십억대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기소된 배우 견미리 씨의 남편에 대한 항소심의 무죄 판결이 4년 10개월 만에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10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형사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57)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이씨는 2014년 1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코스닥 상장사 보타바이오의 이사로 근무하면서 최대주주이자 대표였던 김모 씨(64) 등 공범들과 함께 이 회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뒤 유상증자로 취득한 주식을 고가에 매각해 약 23억7000만원 상당의 시세 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특히 이씨는 공범들과 함께 자신의 배우자이자 유명 배우인 견씨의 자금이 지속적으로 투자되고 중국 자본이 대거 유입되는 등 보타바이오의 재무건전성이 호전되고 매출이 느는 것처럼 허위의 호재성 공시 등을 발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심형섭 부장판사)는 이 같은 허위 공시 등 혐의가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 2018년 10월 이씨에게 징역 4년에 벌금 25억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공범들도 모두 유죄가 인정됐는데, 보타바이오 전 대표 김씨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2억원,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고 금융투자업을 하며 유상증자 투자금을 모집한 주가조작꾼 전모 씨(50)에게는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12억원, 풍문을 유포해 보타바이오 주식 매수를 추천한 증권방송인 김모 씨(40)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당시 1심은 “이씨는 배우자인 견씨가 실제로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음에도 견씨의 명의로 유상증자에 참가하거나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등 범행 전반을 기획·실행하는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며 “주식시장에서의 부정거래행위는 공정한 가격형성을 방해할 뿐 아니라,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범행으로 공범들은 상당한 이익을 취득했고 이씨도 15억원이 넘는 이익을 취했다”며 “이씨는 2차례의 동종 전과가 있고, 그로 인한 누범 기간임에도 반성하고 자숙하기는커녕 범행에 나아갔다”고 질타했다.

반면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는 2019년 8월 이씨와 김씨가 유상증자 자금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등을 위반했다고 볼 정도로 중대한 허위 사실을 공시하지는 않았다며 1심의 유죄 판단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주가조작꾼 전씨의 혐의는 유죄로 보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2심은 “이 사건 공시는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 2호의 허위 공시 등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거나, 이에 대한 이씨 등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무죄 판단의 근거로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날 원심의 허위 공시 부분에 대한 판단 중 일부분이 자본시장법상 부정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실제 유상증자 참여자나 투자금의 출연자가 다른 사람인데도 마치 견씨가 유상증자 참여자이거나 투자금의 출연자로서 신주 인수대금을 자기자금으로 납입한 것처럼 공시하고, 보타바이오 대표였던 김씨가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마련한 돈으로 신주 인수대금을 납입한 것임에도 이를 자기자금으로 납입한 것처럼 공시한 부분에 대한 원심의 판단을 문제 삼았다.

대법원은 “원심은 주식 등의 대량보유보고서에서 견씨와 김씨의 ‘취득자금 조성경위’에 관한 기재 부분에 대해 이들의 공모 또는 가담 여부를 살펴보지 않은 채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2호의 ‘중요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이 같은 판단을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취득자금 조성경위에 관한 기재 부분은 보타바이오의 재산·경영에 관해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보타바이오 발행 주식의 공정거래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므로 자본시장법상 ‘중요사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타바이오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인 김씨와 새로운 공동경영자로 등장한 이씨의 아내인 견씨가 ‘경영권 영향 목적’이 있음을 명시하며 종래 수년간 손실을 기록하다 거듭 유상증자를 추진하던 보타바이오의 주식 보유비율을 수개월째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들의 신주 취득자금이 자기자금인지 아니면 차입금인지, 차입금이 포함돼 있다면 어느 정도이고 담보로 제공된 주식은 없는지 등은 투자자들이 보타바이오의 주식을 거래할 것인지 등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 밖에도 ▷김씨와 견씨의 각 전환사채 취득자금 15억원 합계 30억원의 조성 경위가 실제 차입금임에도 자기자금(예적금)이라고 기재하고 대량보유보고서를 제출한 공시 부분 ▷보타바이오 이사회가 2015년 12월 운영자금 미화 2000만 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신주 273만여 주를 홍콩법인 A사에 배정·발행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한 사실이 기재된 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해 공시한 부분 등에 관한 원심 판단 일부에 “자본시장법 법리를 오해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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