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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에 독립기념관만?!…웰니스·갤러리·빵지순례 놀거리 풍성[함영훈의 멋·맛·쉼]
라이프| 2024-06-17 14:54
아라리오 조각광장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독립기념관이 있는, ‘애국의 고을’ 천안이 올해는 색다른 매력으로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든다. 곡선형 레일에 매달려 태조산을 내려가는 짚코스터의 짜릿함과 함께 태학산 숲속 산책로 그늘 베드에 누워 ‘숲멍’하며 느끼는 힐링으로 특별한 재미와 휴식을 선사한다.

일제의 상징 총독부를 폭파시킨 뒤 남은 건물 뚜껑을 ‘죽음의 신전’ 같은 구덩이 공원에서 발견하는 재미, 식품기업의 공세와 압박을 이겨낸 원조 프랑스 가마솥 빵 뚜쥬르의 달콤함 속에는 감동 스토리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하늘이 내린 편한’ 이곳, 천안은 자주 독립의 인문학을 넘어 즐거움과 건강, 마음의 울림으로 이어진다.

‘학이 춤추는’ 태학산에서 즐기는 K-웰니스

천안 태학산의 웰니스는 최근 한국관광공사의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선정됐다. 그만큼 이곳이 국민이 잘 몰랐던, 하지만 보석 같은 여행지라는 뜻이다.

축구장 77개 규모인 태학산(450m) 자연휴양림은 지난 2001년 문을 열었다. 이곳엔 작은 계곡과 울창한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고 여러 종류의 야생화가 곳곳에 피어있다.

‘숲나들e 통합고객센터’엔 통창에 드리워진 초록숲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가운데 물침대 마사지, 싱잉볼 명상, 건강 차 다도 등 다양한 웰니스 프로그램을 즐긴다.

천안 웰니스 태학산 싱잉볼 명상
태학산자연휴양림 숲 산책

숲 산책에 참여하면, 전문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나무 터널 산책로를 따라 이곳을 찬찬히 둘러볼 수 있다. 선베드의 반대 개념인 그늘베드, 해먹, 정자 등에서 가끔씩 쉬며 숲멍도 즐긴다.

이곳엔 체류형 숲속의집 2동과 오토캠핑장, 가족 바비큐장, 고정식 텐트, 어린이 놀이시설, 3개 노선의 등산로 등 아웃도어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학이 춤 추는 형상인 태학산 정상에 오르면 고려 불상 양식을 보여주는 마애여래입상(보물)이 반긴다.

둘레길·야경·총독부 ‘뚜껑’…독립기념관의 새로운 매력

올해로 37주년을 맞은 독립기념관은 천안의 상징이다. 독립기념관의 메인 건물인 ‘겨레의집’은 세계 최대 기와집이기도 하다.

바로 뒤 3·1문화마당을 중심으로 6개의 전시관이 반원을 그리며 자리 잡았는데, 768평으로 국내 최대 전시관인 ‘새로운 나라’ 주제관은 대한민국의 법통이 헌법에 명시된 대로, 3·1 운동 직후 출범한 임시정부에 있다는 점을 공유하고 있다.

이곳에선 대한민국 국호를 만든 사람, 임정 태극 무늬가 세로 S라인인 이유, 윤봉길 의사가 던진 진짜 폭탄의 정체 등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흥미로운 얘기가 많아, 학생들은 물론 어른들도 새삼 배우는 것들이 많다.

지하 5m 깊이의 구덩이를 파 조성한 ‘조선총독부 철거 부재 전시공원’

특히 색다른 콘텐츠가 부쩍 늘었다. 단풍나무 숲을 중심으로 둘레길을 조성했고, 야간 조명도 만들어 멋지게 밤화장을 했다. 통일 한국팀이 F1 대회에서 우승하는 가상영화 감상, 만세운동 체험, 독립군단 포토존 스튜디오 촬영 등도 한다.

우리가 폭파한 총독부 건물의 ‘뚜껑’이 바로 단풍나무 숲 근처에 있다. 총독부 건물 돔 지붕 위 장식이 전시된 ‘조선총독부 철거 부재 전시공원’은 서쪽 산책길 부근에 있지만, 겉으로 확 드러나 있진 않다. 1~2m 정도 구릉지에 올라서야 축구장 만한 철거 부재 전시공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평지에서 확연히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은 이유는 ‘총독부의 역사를 묻어 버린다’는 뜻에서, 지하 5m 구덩이를 파고 원형 경기장 같은 오목한 곳에 보관해 놓았기 때문이다. 부재들은 세워놓기도 하고 뉘어 놓기도 했는데, 파괴된 고대 신전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MZ(밀레니얼+Z) 세대들에겐 또하나의 놀 거리, ‘인증샷 맛집’이기도 하다.

유럽이 주목한 아라리오 조각광장& 갤러리

독일 예술잡지 ‘아트(Art)’는 ‘한국에 가면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천안 아라리오 조각광장과 아라리오 갤러리를 꼽았다. 10년 전 서울 안국역 인근 빌딩을 사들여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로 리모델링한 김창일(예명 씨킴) 아라리오그룹 회장이 천안 종합터미널 인근에 조성한 미술 공간이다.

조각광장에는 데미안 허스트, 키스 해링, 아르망 페르난데스, 코헤이 나와, 한국의 김인배 등 세계적인 작가 30여 명의 작품들이 앞마당에 설치돼 있다.

999개 폐 차축을 정크 아트로 재탄생시키기도 했고, 디즈니 만화 또는 빨강색 가방 등 친근한 생활문화 소재로 강렬함, 욕망 등을 표현하기도 했다. 조각품의 모양 자체가 보는 이에게 생동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유명한데도 대중과 가깝고, 기발한데도 예술적 공감과 감흥을 쉽게 얻을 수 있어, 이 공원에 조금만 머물러도 감정 정화가 되는 느낌이다.

아라리오 갤러리

부패하지 않는 인체를 표현한 조각품 ‘찬가’(데미안 허스트) 옆을 지나 계단에 오르면, 아라리오 갤러리를 만난다. 이번엔 씨킴의 현대미술 미셀러니 ‘레인보우’ 전시, 일상적인 것에 예술의 옷을 입힌 빵집 주인 정웅 작가 작품전이 함께 열린다.

이번에 전시된 회화, 조각, 사진, 드로잉들은 씨킴이 빛과 어둠 사이에서 피어난 색들의 향연에 매료돼 그 속에서 자신의 회화적 질서를 찾으려 했던, 수많은 노력과 실험의 결과물이다. 한 여행자는 “정말 오랜만에 전시 다운 전시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뚜쥬르 빵마을서 즐기는 장작가마빵

천안 뚜쥬루 빵돌가마는 국내 내로라하는 제빵 대기업의 회유와 압박을 딛고 프랑스빵 정통성과 한국-프랑스 문화가 잘 접목된 빵을 만들어온 원조 유럽빵 마을이다.

뚜쥬루 빵돌가마 마을. 굽는 곳은 뉴질랜드 호그와트 마을을, 전시관과 제분소는 프랑스 마을을 닮았다.

쁘띠프랑스를 연상케하는 건물들이 서 있고, 빵 굽는 가마솥 앞에는 뉴질랜드 ‘반지의 제왕’ 촬영지 분위기의 올록볼록한 집들이 있어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 촬영 만으로도 웬만한 유명 여행지 부럽지 않다.

뚜쥬루는 ‘느리게, 더 느리게’를 슬로건으로 방부제, 색소, 광택제 등 화학첨가물을 쓰지 않는다. 뚜쥬루 빵돌가마마을 시그니처 메뉴는 돌가마만주. 뚜쥬르 20년 팥 장인이 직접 끓인 천안 팥을 듬뿍 넣어 빵돌가마에서 구웠다. 천연효모를 14시간 이상 발효시켜 만든 거북이 빵도 인기 메뉴. 쫄깃한 돌가마브레드는 속에 특별한 재료를 넣지 않아도 돌가마 덕에 빵의 풍미가 살아난다.

뚜쥬르의 장작가마빵

빵마을 카페에선 돌가마나 오픈 키친에서 빵 굽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병풍처럼 창에 드리운 초록 나무와 도시풍경을 내려다 보며 빵과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주말에는 빵 만들기 체험도 한다. 성심당이 부럽잖고, 유럽 마을 소풍까지 하니 관광지로서는 더 낫다. 마을 밖에는 천안 성정점, 거북이점, 갤러리아점, 빵돌가마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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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천안에는 ▷빵카 달달코스와 역사문화코스로 짜여진 천안 시티투어 ▷왕건 주둔지에 만든 짚코스터 ▷현대시를 국민이 재미있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한 백석대 ‘현대시100년관’ ▷홍대용 과학관 ▷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이동녕 선생 생가지 ▷유관순 열사 사적지 ▷천안삼거리 전통시장와 아우내 장터 등 멋·맛·쉼을 즐기는 다양한 여행지가 있다.

S라인 스크류라인을 통과하는 태조산 짚코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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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내린 고을이라 여겨 왕건이 이름을 지어준 천안. 이곳은 우리가 모르는 새 여러 메뉴의 밥상을 차려놓고 있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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