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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빅마켓’ 인도서 4조 실탄 장착…미래모빌리티 전진기지로 업그레이드 [헬로인디아]
뉴스종합| 2024-06-17 10:58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에서 현대차·기아 및 경쟁사 전기차들을 살펴보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헤럴드경제=김성우·서재근·신동윤 기자]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이 인도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세계 1위의 인구 대국(약 14억명)이자, 글로벌 3위 규모 자동차 소비시장인 인도에서 현대차그룹이 미래모빌리티 사업 관련 전진기지 구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 “인도 현지 종속회사인 ‘현대모터 인디아’(Hyundai Motor India)의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IPO 관련 예비 서류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을 통해 공개된 IPO 추진 내용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현대차가 해외에 보유한 법인의 IPO를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는 “현대차는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현재 보유한 인도법인 주식 8억1200만주 중 최대 1억4200만주(17.5%)를 구주 매각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신주발행 없이 온전히 기존 현대차가 갖고 있던 지분의 일부를 시장에 판매하는 공개 매각 방식이 유력하다.

이를 통해 조달할 금액은 약 25억~30억 달러(한화 3조4000억~4조1670억원) 수준에 달한다. 국내 증시에서 현대차 시가총액이 56조원 안팎인 점을 감안했을 때 상당한 액수로 평가된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지난해 해외법인 중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순이익은 약 9200억원으로 2022년(약 7100억원) 대비 순이익이 30% 이상 증가했다. 수익률 기준 해외법인 9곳 가운데 가장 높았다. 현지 생산규모는 지난해 약 80만대 수준으로 추정되며, 2022년 인도 시장 판매량이 약 55만대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했을 때 가파른 성장세다.

완성차업계에서는 이번 IPO를 통해 조달한 ‘실탄’을 기반으로 현대차가 향후 인도에서 연간 판매량 100만대를 노릴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투자금의 상당 부분이 친환경 자동차 분야에 투입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5월 첸나이 생산 공장이 위치한 타밀나두주와 오는 2032년까지 3조2000억원의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연간 17만 8000개의 전기차 배터리팩 조립 공장을 짓고 향후 5년 안에 타밀나두주 주요 고속도로 거점 100여 곳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1월에는 이곳에서 약 2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 구상도 발표했다. 타밀나두주에 전기차 전환 지원과 수소 밸리 혁신 허브 구축을 위해 9900억원을 추가 투자한다. 지난해 8월 인수 계약을 체결한 탈레가온의 옛 GM 공장의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시설 현대화에 추가로 9600억원을 더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대차는 이번 IPO 신청서에서 “(인도 주식시장 상장이) 우리의 가시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주식에 대한 유동성과 기업에 대한 공개성을 높일 것을 기대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이 인도 사업 확장에 주력하는 이유는 막대한 잠재력 때문이다. 지난 2022년 기준 인도에서는 476만대의 신차가 판매됐다. 이는 중국(2320만대)과 미국(1420만대)에 이은 세계 3위 규모다.

자체적인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오는 2027년부터 전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인도시장은 이후에도 향후 5년 동안 매년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인도 시장은 현대차그룹의 ‘미래모빌리티 체제 전환’이라는 글로벌 전략과도 맥이 닿아있다. 인도의 모디 정부는 전기차 시장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2%대 수준인 자국 전기차 보급률을 2030년 30%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현지 시장의 빠른 변화와 관련 “인도에서 완성차 브랜드 점유율 2위(2022년 기준 14.5%)권을 지키고 있는 현대차에게 판을 뒤흔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완성차업계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던 중국이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인도가 더욱 주목을 받게 된 것이 최근 시장 상황”이라면서 “현대차가 발빠른 결정을 내린 만큼 다른 글로벌 경쟁자보다 속도감 있게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현대차 인도 첸나이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증권가에서도 이번 IPO가 현대차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한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 인도법인이 IPO 작업을 완료할 경우 본사의 주가는 지난 14일 종가(26만8000원) 기준으로 약 18.8%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환산 시 예상 주가는 약 31만8495원에 달한다.

이 연구원은 현대차 인도법인의 시가총액을 약 171억달러(23조7000억원)로 추정하면서 “이를 인도 자동차 시장 1위 메이커인 마루티스즈키·스즈키모터스 시총 등으로 역산하면 (국내에서) 10조5700억원의 시총 상승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현대차는 1996년 인도에 판매법인을 설립했고 1998년에 첸나이 공장을 준공하며 사업을 크게 확장했다. 기아도 인도 시장에 진출한 이후 연간 약 3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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