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헤럴드광장] 비즈니스 친화국으로 변모해가는 프랑스
뉴스종합| 2024-06-18 11:08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말처럼 파리는 매일 축제와 같다. 매년 네 번 열리는 패션위크와 디자인위크, 에어쇼, 식품전 등 다양한 산업의 세계적 전시회는 파리를 볼거리와 축제로 가득 채운다.

마크롱 대통령도 ‘추즈 프랑스 서밋(Choose France Summit)’이라는 화려한 축제를 마련했다. 프랑스의 탈산업화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 리더들을 베르사유 궁전으로 초청하고 자국의 기술력과 비즈니스 혜택 등을 선보이는 자리다.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기업들의 중대한 투자 계획이 발표돼, 현지 언론에서는 ‘미니 다보스포럼’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올해 7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행사에서는 150억 유로(약 22조2500억원) 규모의 56개 투자 계획이 발표됐다.

가장 큰 기여를 한 기업은 프랑스에 AI(인공지능)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40억 유로를 투자하기로 한 마이크로소프트다. 이에 질세라 아마존도 12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AI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로 인해 프랑스 정부는 독일이나 영국에 비해 뒤처졌던 AI 인프라를 따라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고마워 할 또 다른 기업은 세계 최대 냉동 감자튀김 업체 맥케인이다. 그는 연초 값싼 외국산 농산물 수입정책에 항의하는 농민들을 달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유럽 생산량의 절반을 프랑스 내 3개 공장에서 운영하고 있는 맥케인은 프랑스 농민들과의 연대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지역 내 재료를 조달받아 생산량을 확대하고 친환경 공정 전환을 위해 3억5000만 유로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아시아 기업들의 투자 계획도 잇따랐다. 한국의 엔켐은 2027년까지 5700만 유로를 투자해 덩케르크 항구에 전해액 생산시설을 설립한다. 중국 3대 양극제 업체 후난 창위안 리코는 프랑스 북부에 생산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6억 유로를, 일본의 니덱은 리옹 근처에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와 R&D(연구개발) 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1억7000만 유로를 각각 투자한다.

올해 투자유치 금액은 지난 6년 동안 발표된 319억 유로의 절반에 가까운 역대급 성과다. 하지만 확정된 투자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현지에서 장기간의 파업과 시위를 경험해보니, 마크롱 정부가 노동과 연금 분야 구조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친기업 정책을 강력히 펼쳐왔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 예술의 나라로 알려진 프랑스의 이미지가 실제로 비즈니스 친화적으로 변하고 있다.

작년부터 프랑스 정부는 기존 추즈 프랑스 캠페인에 ‘메이크 잇 아이코닉(MAKE IT ICONIC)’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추가해 프랑스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글로벌 축구스타 음바페, NBA의 신인왕 웸반야마, 세네갈 출신 미슐랭 스타 셰프 모리 사코 등 유명 인사들을 홍보대사로 내세워 “프랑스를 선택하면 각 분야에서 아이콘이 될 수 있다”는 대담한 메시지다. 미국이나 중국 입장에서는 오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향후 몇 년 후의 프랑스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은주 코트라 파리무역관 과장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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