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계산 착오, 대법 파기사례 있다”...최태원 회장 극적반전 실마리
뉴스종합| 2024-06-18 11:28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 ‘치명적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 직후 법원이 해당 오류를 인정하며 이례적으로 판결문 일부를 수정(경정)하고 나서면서 대법원 상고심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인다. 최 회장 측 주장대로 ‘착오가 있는 계산을 바탕으로 과실상계했다면 대법원 파기사유가 된다’는 판례가 최종심에 인용될지 주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지난 17일 판결문 일부를 고치고 양측에 수정된 판결문 정본을 송달했다. 최 회장 측이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문의 오류를 지적한 지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아서다. 수정된 부분은 최 회장 측이 문제를 제기한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 주식가치 산정’과 최 회장의 기여분에 대한 대목이다. 재판부가 오류를 인정한 것이다.

당초 2심 판결문에는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이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별세 당시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으로 최 회장 재임 기간 중 355배 올랐다고 명시돼 있다. 재판부는 이를 주당 1000원, 최 회장 재임 기간 중 35.6배 오른 것으로 수정했다. 대한텔레콤은 현재 SK그룹 지배구조 정점인 SK㈜의 모태가 되는 회사다.

앞서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대한텔레콤의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지 않아 주식 가격을 평가 절하했고 그에 따라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한 SK㈜ 주식에 대한 재산 분할 비율이 과도하게 책정됐다며 대법원 상고를 공식화했다. 주식가치 산정을 잘못함으로써 노 관장의 내조 기여가 극도로 과다하게 계산됐다는 게 최 회장 측 설명이다.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 이동근 변호사는 “재판부는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전후 성장률을 잘못 판단해 최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기여도를 잘못 판단했다”며 “재판부의 판단대로라면 최 회장은 ‘자수성가한 재벌 2세’라는 형용 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여 판결문을 수정했지만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의 핵심 내용까지 바꾸지는 않았다. 주식가치 산정에 실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판결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최 회장 측은 즉각 반발했다. 판결 경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순한 오류 등에 대해 할 수 있는데 이번 판결은 오류에 기반해 재산 분할 대상과 분할 비율을 판단했기 때문에 경정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최 회장 측은 “잘못된 계산에 근거한 판결의 실질적 내용을 새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재판부의 단순 경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 최 회장 측이 제시한 판례에 따르면 대법원은 ‘손해액 산정에 계산 착오가 있었다면 판결의 경정사항에 속하나 착오된 계산액을 기초로 과실상계했다면 이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있으니 원심 파기 사유가 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은 1970년 3월 24일 선고한 69다1034 판결에서 원심은 광부인 원고가 사고로 잃은 상실수익금을 당시 평균임금을 고려해 월 6197원으로 계산해야 했는데 이를 6497원으로 오산했고 그 결과 전체 상실수익금에도 오류가 발생했다고 보고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원심에서 오산이 원고의 재산상 손해금에 대한 판결 결과에 영향을 가져왔다고 봤다.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재판부의 오류 인정으로 최 회장 이혼소송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대법원은 기존 쟁점과 함께 항소심 재판부 경정 결정의 적법성 여부를 면밀히 따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항소심 재판부의 경정 부분이 결론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사건을 돌려보내면 재산 분할 규모는 2심보다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판결문 경정 자체는 종종 있는 일”이라면서도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인 만큼 전체적인 판결 신뢰도에 흠집이 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광중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2심 판결 자체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등 재산분할 판단 근거가 되는 사실 인정에 논란이 많았다”며 “주식가치 산정 또한 재산분할의 중요한 근거 중의 하나인만큼 단순한 경정 사안으로 보기는 어렵다. 사실 오인이 확인돼 상고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했다.

최 회장 측은 대법원에서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 유입이나 제 6공화국 유무형 기여 논란 등에 대한 법리적 판단도 함께 바로잡을 계획이다.

노 관장 측 대리인은 이번 오류 경정과 관련해 “SK C&C 주식 가치의 막대한 상승의 논거 중 일부일 뿐 주식 가치가 막대한 상승을 이룩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고 결론에도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은희·박지영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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