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미사일 센서, 야간 투시경 다 중국산”...中 공급망 분리 힘든 美의 딜레마
뉴스종합| 2024-06-18 16:54
중국 인민해방군 훈련 장면.[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미국이 군수 공급망에서 중국을 분리하고자 하지만 무기를 생산하는 기초 장비와 광물의 상당 부분을 중국이 독점하고 있어 딜레마를 겪고 있다고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 무기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6%에 불과하다. 하지만 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부품을 고려하면 상황이 다르다.

예컨대 정밀 유도미사일에 사용되는 센서, 야간 투시경에 들어가는 적외선 렌즈, 방탄복을 만드는데 쓰이는 방탄섬유 등이 중국에서 생산된다. 미국 록히트마틴사 F-35 ‘라이트닝2’의 엔진과 비행 제어 시스템은 모두 중국에서 공급된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프라세오디뮴과 같은 희토류 물질로 만들어진다.

이에 중국산 부품을 무기 공급망에서 제거한다면 세계 무기 제조에 혼란스러운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SCMP는 전망했다. 중국 자체 통계에서도 전세계 무기 제조업에서 중국의 비중은 20%를 점하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해 7월 보고서에서 “미국의 최첨단 군사기술 중 일부에 동력을 공급하는 고성능 마이크로칩 생산에 사용되는 중요 광물인 갈륨은 중국이 거의 완전한 독점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세계 갈륨 공급의 98%를 차지하고 있으며 군수물품에 쓰이는 37개 광물 중 18개 광물이 중국에 집중돼 있다고 랜드(RAND) 연구소는 밝혔다.

SCMP는 또 캐슬린 힉스 미 국방부 부장관이 “드론과 전기차 등 수천 개의 군사 시스템에 필수적”이라고 표현한 첨단 배터리도 중국이 광물 추출, 가공, 부품 제작부터 배터리 조립까지 모든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초 미 국방부가 미군의 공급망 취약성에 대해 조사한 보고서에서 세계 수산화리튬의 94%, 전지의 76%, 전해질의 76%를 중국이 공급했다고 명시됐다.

미 희토류 광산업체 MP 머터리얼즈의 캘리포니아 광산.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맞서 생산시설을 늘리는 등 자급 확대에 나섰다. [로이터]

티모시 히스 랜드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은 “세계화된 생산 체인과 복잡한 하청 관계로 인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중국에서 만들어졌을지도 모르는 무기 부품을 추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부품 생산을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히스 연구원은 “공급망 재편의 성공 여부는 미국이 얼마나 빨리 희토류 및 기타 중요 물질의 대체 공급원을 개발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을 제외한 희토류 최대 생산국인 호주는 희토류, 텅스텐 및 코발트와 같은 중요 광물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과 핵심광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미 국방부의 2022년 공급망 행동 계획에 따르면 미국 내 제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 연구 개발,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의 머리말을 조합한 용어) 교육, 산업 표준화 및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 등이 있다.

미 오바마 정부 당시 국방부 고문 출신인 유진 골츠 노트르담대 정치학과 교수는 “미국 경제가 더 유연하고 혁신적이며 중국보다 더 많은 대체 공급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미중은 동등하게 의존하지 않는다”며 “미국이 중국으로부터의 군사적 분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잘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골츠 교수는 “미국과 중국 시장은 무역과 투자를 통한 상호 연계성이 높은 반면, 방위 공급망에 대해서는 대체로 두 나라가 ‘분리’돼 있다”며 “미국의 무기 체계에서 중국산 부품의 구체적인 사례가 확인됐을 때 미국과 주요 방위 계약국들은 대체 가능한 자원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부연했다.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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