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김정은 앞에서 美 맹비난하던 푸틴, 베트남선 잠잠한 이유[세모금]
뉴스종합| 2024-06-21 10:2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하노이 오페라하우스에서 콘서트를 관람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지난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대한 비난 발언을 쏟아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베트남 국빈 방문한 자리에선 비판적 어조를 드러내지 않았다. 하루 만에 극명하게 달라진 모습에는 베트남이 러시아 외에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대나무 외교’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점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베트남 지도자들과 공식 행사에선 미국에 대한 비판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북한과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는 수십 년간 미국과 미국 위성 국가들의 제국주의 정책과 헤게모니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북한과 러시아의 상호 작용은 평등의 원칙과 호혜에 대한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과 전쟁 등 유사시에 양국이 상호 지원하도록 규정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에는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한 4조가 포함돼 있다. 러시아와 북한 중 한 곳이 전쟁 상황에 처할 경우 다른 나라가 자동 군사 개입이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소화한 베트남 일정에선 무기 지원 등 미국에게 민감할 사안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또럼 베트남 국가주석, 팜민찐 베트남 총리 등 지도부를 만나 2012년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된 양국의 협력 관계를 재확인하고, 무역·에너지·과학기술·교육·의료 등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합의에는 러시아 기술로 베트남에 원자력 과학기술 센터를 설립하는 등 원자력 산업 발전을 도울 계획도 포함됐다.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동맹 관계 복원에 준하는 조약을 체결한 데 대해 미국 등 국가들에선 우려의 반응이 연이어 나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0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북러 조약은 한반도와 그 너머의 평화와 안보를 중시하는 어떤 나라에든 우려 사항”이라며 “우리는 필요에 따라 인도·태평양 전역에서의 우리의 (방위) 태세를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행보는 푸틴 대통령이 현재 러시아 외에도 미국 등 모든 주요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는 베트남의 ‘대나무 외교’ 정책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을 양국 간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는 데 합의했다. 같은 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베트남을 찾아 양국 간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인류 미래 공동체’로 격상했다.

NYT는 “미국과의 관계를 격상시킨 베트남으로선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문에 대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오랫동안 베트남에 무기를 공급했지만 이번 방문에서 무기 조달이나 국방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의 호앙 티 하 선임 연구원은 “러시아가 무엇을 제공하든 베트남이 반서방 전선에서 러시아와 동조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헤럴드경제DB]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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