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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야심작 ‘ST1’, 스타리아와 외관 닮았다? 개발자에게 물어보니… [히든 스팟]
뉴스종합| 2024-06-23 16:01
〈히든 스팟〉

수많은 기업들에는 다양한 조직과 직군이 있습니다. 기업마다 고유 사업을 하는 가운데 다른 기업에는 없거나 차별화된 방식으로 일을 하는 사람과 조직이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아도 각자 자기 자리에서 일하면서 차곡차곡 성과를 올리는 이들이야말로 미래를 만드는 영웅이며 비밀병기입니다. 우리는 이들을 ‘히든 스팟’이라고 부릅니다.

현대자동차 ‘ST1 개발 프로젝트’를 총괄한 임윤균(왼쪽) 연구원과 그의 팀 동료들이 차량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물류업체의 불편 사항을 발굴하고 보다 편리한 차량을 만드는 데 주력한 게 ‘ST1’ 개발의 큰 축이 됐습니다.” (ST1 프로젝트 총괄 임윤균 현대자동차 연구원)

현대차가 지난 4월 출시한 ST1은 국내 자동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대형RV(레저용 차량) 스타리아와 닮은 꼴’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알고 보니 전면부를 스타리아와 유사하게 구성하면서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차량의 안정성 확보에 주력한 것이었다. 아울러 차량의 실용성을 높이는 데 개발자들이 많은 시간을 쏟았다.

헤럴드경제가 ST1을 개발한 현대차 연구진과 서면인터뷰를 통해 ST1 개발자들의 열정과 스토리를 직접 들어봤다. 이번 인터뷰에는 ST1 개발을 총괄한 임 연구원을 비롯해 박형규 책임연구원, 김광섭 책임연구원이 함께했다.

임 연구원은 ST1의 탄생 배경에 대해 “다양한 고객사와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차량”이라면서 “비즈니스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고안하다가 차량이 탄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에도 고객을 중심으로 신차 개발이 이뤄졌지만, ST1 카고와 카고 냉동은 고객들이 직접 개발 과정에 참여한 점이 특징”이라면서 “CJ대한통운, 롯데그룹, 한진택배, 이케아, 컬리 등 국내의 주요 라스트마일(배송 마지막 단계를 의미하는 용어) 업체들과 개발 초기부터 긴밀히 협업하며 배송 차량에 대한 물류업체의 불편 사항을 발굴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ST1은 새로운 형태의 차체 하부의 부품들과 서스펜션을 탑재하면서, 70㎜ 낮은 차체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적재함 바닥의 높이를 낮추고 실내고를 높여서 실용성이 높다는 평가다.

임윤균 현대차 연구원이 ST1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임 연구원은 “낮은 스텝고와 적재고를 구현해 차에 오르내릴 때 부담을 줄이고, 화물칸 안에서 작업할 때 성인이 허리를 많이 굽히지 않아도 수월하게 짐을 싣고 내릴 수 있다”면서 “1개월간 UX(사용자 경험) 검증 테스트를 가진 결과, 작업자의 신체에 가해지는 부하가 약 18.4% 절감되고, 2.3m 높이 제한이 있는 지하주차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차량은 카고와 카고냉동, 샤시캡3 등 세 가지 라인업으로 구성되는데, 지난 4월 ST1 카고와 카고 냉동이 먼저 판매를 시작했다. 샤시캡 모델은 추후 출시된다.

특히 모든 연구원들은 차량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다. 박 책임연구원은 “ST1 카고 냉동은 기존 1톤 냉동 탑차에 비해 ST1 카고 냉동의 최대 적재중량이 150~200㎏ 적긴 하지만, 적재 부피는 오히려 800ℓ(약 14%) 넓게 설계된 구조”라면서 “고객의 니즈를 반영했기에 적재 능력이 훨씬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차량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으로 차량 곳곳에 편의기능이 탑재된 점이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운전석에 탑승하면 자동으로 시동이 걸리고 내비게이션 화면을 바로 켜준다. 또한 배송을 위해 하차할 때는 알아서 시동을 꺼주는 기술인 ‘스마트 드라이브 레디’와 스마트키를 소지한 운전자가 차에서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지면 측면의 파워 슬라이딩 도어가 자동으로 닫히고 잠기는 기능인 ‘스마트 워크 어웨이’ 기술도 손에 꼽힌다.

박형규 현대차 책임연구원이 ST1 차량 내부에 들어가서 차량의 특장점을 설명중이다. [현대차 제공]

김 책임연구원은 “현대차의 첫 번째 전동화 비즈니스 플랫폼 모델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배송에 초점을 맞춰 불편 사항을 분석한 결과, 스마트 드라이브 레디는 꼭 필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했고, 또 실제 검증을 통해 스마트 워크 어웨이가 일일 작업 시간을 11.7%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단열 성능이 뛰어나고 부식에 강한 소재를 사용한 적재함 지붕과 벽면, 아노다이징 처리된 알루미늄 체크판을 사용해 미끄러움을 방지할 수 있는 바닥, 운전석에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간편하게 냉동기를 제어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차량이 스타리아와 닮은 이유는 기존 스타리아의 전면부를 활용하면서 개발 기간을 효율적으로 단축했기 때문이다. 임 연구원은 “비즈니스 플랫폼에 맞는 차량 개발을 위해 고객사와의 빠른 실증 사업이 필요했다”면서 “스타리아의 전면부를 활용함으로써 개발 기간을 단축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ST1은 스타리아처럼 엔진룸에 해당하는 PE룸이 탑승 공간보다 앞으로 돌출된 세미 보닛 타입인 덕분에 충돌 안전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차는 데이터 오픈 API 기능을 활용해 향후에도 고객과 다양한 정보를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ST1이 API 기능을 탑재한 덕에 고객사는 별도의 단말기를 부착할 필요 없이 다양하고 상세한 차량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이 같은 데이터들은 데이터 센터의 서버로 올라가게 된다. 현대차는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고객사와 공유하면서 차량의 성능을 계속 높여가겠다는 계획이다.

김광섭 현대차 책임연구원이 차량의 왼쪽 도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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