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농악 오페라부터 창극 스타까지…우리 음악의 오늘을 만나다
라이프| 2024-06-24 11:29
여우락 폐막 무대를 장식하는 김준수 [국립극장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남도 음악의 맥을 이어온 이태백, 한국 전통 음악의 진화를 그려온 원일, 탈춤의 고정관념을 깨온 박인선은 물론, 전북예 술의 뿌리 농악을 재해석한 ‘풍물오페라 잡색X’까지….

올 여름 한국 전통음악의 어제와 오늘을 볼 수 있는 축제가 릴레이처럼 이어진다. 시원하게 울리는 꽹가리와 태평소 소리로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릴 시간이다.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여우樂서 즐기는 우리 음악의 어제와 오늘

“우리 음악의 현단계와 진보한 단계를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 (원일)

‘힙스터’들의 국악 축제 ‘여우락(樂) 페스티벌’이 돌아왔다.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는 뜻의 ‘여우락’은 전통음악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온 다양한 세대의 음악인들과 동시대 관객들이 함께 만들어온 여름 음악축제다.

2010년 시작, 올해로 15주년을 맞는 ‘여우락’은 긴 시간 동안 7만7000명, 평균 객석 점유율 90%를 기록하며 우리 음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준 무대다. 올해는 다음 달 5일(국립극장)부터 23일간, 12명의 음악인들의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주제는 ‘가장 빛나는 우리 음악의 관측’. 박우재 예술감독은 “정해진 틀 없이 아티스트 내면이 가진 음악 세계를 보여주고 한다”며 “원초적 색이 다른 12명의 음악가를 통해 ’여우락‘이 새로운 세상을 펼쳐내는 감각이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국립극장 제공]

축제에선 ‘여우락’의 기틀을 마련한 주역들, 대중과 호흡해온 젊은 세대의 국악인들, 전통 음악의 새로운 미래를 추구하며 도전적 실험을 이어가는 음악인들의 무대가 마련된다.

올해로 여섯 번째 여우락에 함께 하는 원일은 2022년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초연한 ‘디오니소스 로봇’을 새로운 미디어 아트와 음악을 더해 ‘리부트 무대’를 준비했다. 그는 “가장 시나위적인 인간인 백남준과 자신을 극복하고 긍정하는 디오니소스적 힘을 결합해 음악으로 풀어냈다”고 말했다.

최근 새 앨범을 내고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경기민요 소리꾼 송소희(7월 13~14일, 달오름), 국립창극단의 간판 스타 김준수(7월 26~27일, 하늘극장), 탈춤의 새 시대를 그려가는 박인선(7월 24일, 달오름) 등 대중과 함께 해온 젊은 예술가들의 무대도 기다리고 있다. 특히 김준수는 올해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 그간 출연한 창극 작품의 넘버를 새롭게 편곡해 들려준다.

서도민요 소리꾼으로 ‘추다혜 차지스’를 통해 무속음악과 대중음악을 결합한 새로운 음악세계를 그려온 추다혜는 야외 무대를 통해 신곡 ’부귀덩덩‘(7월 20일, 하늘광장)을, 양금 연주자 윤은화(7월 17일, 하늘극장)는 사물놀이부터 양금굿까지 선보이며 미래의 전통을 실험한다.

원일은 “올해 여우락은 전통 음악의 본질에 충실하며 멀리 가본 사람,그 중심을 잃지 않고 전통의 축을 가져간 사람들이 꾸미는 무대”라며 “여우락은 당대와 소통하고자 한 우리 음악의 맥락 안에서 섬세한 레이더로 음악을 포착하며 간절하게 활동해온 독립된 예술가들의 다양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 제공]
여름에 하는 ‘전주세계소리축제’…농악의 재탄생·국창부터 차세대 소리꾼까지

여우락을 마치면 ‘소리의 고장’ 전주에서 전통 음악과 클래식, 대중음악을 아우르는 음악 축제가 열린다. 23년 만에 가을에서 여름으로 옮겨온 전주세계소리축제다. 오는 8월 14~18일 무려 78개 프로그램을 105회 공연으로 소화하는 등 짧고 굵은 대장정이 이어진다.

올해의 주제는 ‘로컬 프리즘:시선의 확장’이다. 축제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개막 공연은 전북 예술의 뿌리인 ‘농악’을 재해석한 무대로 마련했다. 실험적 무대를 만들어온 적극 연출이 전북 전통 예술의 중심인 임실필봉 풍물굿을 오페라로 재해석, ‘풍물오페라 잡색X’를 선보인다.

신영희, 조상현 [전주세계소리축제 제공]

뿐만 아니라 30대부터 70대까지 우리 소리를 이어온 명창들의 무대도 마련됐다. ‘판소리 다섯바탕’을 통해 올해의 국창 김영자 ‘심청가’를 비롯해 현재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중견 명창 왕기석 ‘수궁가’, 채수정 ‘흥보가’, 이자람 ‘적벽가’와 차세대 소리꾼 박가빈의 ‘춘향가’를 들을 수 있다.

전주세계소리축제엔 전통 음악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첫 듀오 공연, 대금 명인 박종기와 김계선을 소재로 한 음악극 ’적로‘도 만날 수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대니구와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을 주축으로 한 조윤성 트리오의 협업, 밴드 윈디시티와 트로트 가수 이박사의 색다른 협업 무대도 만날 수 있다.

이왕준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장은 “소리 축제가 국악과 판소리를 비롯한 우리 문화예술계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전국의 국악인들과 국악 전공 학생들, 학교 관계자들, 국악 애호가들이 휴가철에 전주에 모여 축제의 중력을 형성하면서 저변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