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中 지방정부 재정 얼마나 안 좋길래...버스가 멈춰섰다
뉴스종합| 2024-06-24 15:0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중국 북서부의 한 주택가를 시찰하고 있다. [신화]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중국 지방정부의 심각한 재정위기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 버스 노선이 폐쇄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조세 시스템이 지방 정부의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지적 속에 다음달 열리는 중국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 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지난 4월 중국 동북지역인 헤이룽장성의 버스정류장에는 ‘모든 지역의 버스 노선이 중단된다’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안내문에는 “정부의 버스 보조금 조정, 유가 인상, 운전자 임금 인상, 인구 감소 등으로 버스 노선을 지속 운영하기 어려운 관계로 운영을 중단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둔화, 부동산 위기, 부채 과다 등으로 지방 정부가 재정 위기에 처하면서 공공기관의 급여가 삭감됐다는 소식에 이어 시민들이 타는 버스 노선까지 중단된 것이다.

지방 정부 재정 위기의 원흉으로 30년 전 이뤄진 세제 개혁이 지목된다. 중국 국가 통계국에 따르면 세제 개혁 첫해인 1994년 중앙정부의 재정수입은 2907억위안(약 55조4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으나 지방정부는 2312억위안(약 44조원)으로 3분의 1 가까이 감소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로 인해 지방정부가 엄청난 양의 채무를 떠안게 되고 토지 매각 등에 의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탕다제 중국기업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30년 전의 재정·세제 개혁은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경제 관계를 재정립하고 지방 세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라고 지적했다.

상당수의 중국 지방정부는 2015년부터 지방채 발행이 허용됐음에도, 자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토지 판매 및 지방 정부 금융 기구와 같은 예산 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부채가 쌓이고 신용 상태가 악화돼 일부 지역에서는 중앙정부에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졌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지방정부 부채는 지난 4월 기준 41조7000억위안(약 7900조원)으로 집계됐지만, 지방금융기구, 국유기업 또는 기타 기관들에 쌓인 장부 외 부채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은 지방 분권을 위한 조세자치권과 자치입법권을 명시한 법적 틀이 없다. 중국 싱크탱크인 국가재정개발원(NIFD)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재정 시스템에서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수직적 관계와 구조적 불균형은 중국 경제의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한다”고 밝혔다.

NIFD는 지난해 도시 및 농촌 지역 사업의 99.8%가 지방 정부 재정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중앙과 지방정부의 수입 및 지출 구조를 더욱 개혁해야 하며 특히 권한과 지출 책임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 베이징의 한 식품점 [EPA]

루지웨이 전 중국 재무장관은 지역 세제 시스템 구축, 숨겨진 지방 채무 해결, 행정 권한과 지출 책임의 균형 등을 주요 과제로 지적했다.

루 전 장관은 또 소비세를 대표적인 개혁 대상으로 꼽았다. 소비세는 증치세(부가가치세), 기업소득세(법인세), 개인소득세와 함께 중국 4대 세수원으로 불린다. 이 가운데 소비세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세수는 중앙과 지방정부가 나눠서 갖지만 소비세 세수는 중앙정부가 100% 독점한다.

그는 “소비세를 현행의 생산 단계가 아닌 도·소매 단계에서 징수해 과세 대상을 확대하고 소비세 세수 대부분을 지방정부에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중전회는 5년 주기 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사이에 7차례 열리는 전체회의 가운데 세 번째 열리는 회의다. 해당 주기의 중대한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일정상 20차 당 대회 개최 다음 해인 작년 10∼11월 열려야 했으나 중국 안팎의 복잡한 사정으로 미뤄졌다.

이번 3중전회 키워드는 ‘신품질 생산력’이다. 기술 혁신이 주도하는 생산력을 일컫는 말로, 전통적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고품질 성장 요구에 맞는 첨단과학 혁신 기술로 선진 생산력을 적극 키워 중국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mokiya@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