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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인 “사진만 사고, 생산은 직접”…속내는 표절 피하기?
뉴스종합| 2024-06-24 15:31
A 업체-쉬인 제휴 서비스 설명 화면 캡처.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중국 이커머스 쉬인(SHEIN)이 국내 패션 디자이너나 업체로부터 제품 사진을 사들여 해외에서 생산·유통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품질보다 디자인 도용 등 지적재산(IP) 침해 논란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쉬인은 올해 3월부터 국내 온라인 쇼핑몰 관리대행업체 등을 통해 패션 소상공인의 제품 사진을 매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사진 1장당 7~8만원의 사용비를 지불하고, 계약 기간을 설정해 수익을 일정 비율 공유하는 방식이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 관리대행업체 A업체는 쉬인과 협업해 올해 3월부터 사진을 제공했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 314개가 A업체를 통해 쉬인과 관련 계약을 맺었다. 쇼핑몰이 쉬인으로부터 얻는 평균 수익은 연간 43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A업체 관계자는 “쉬인으로부터 먼저 제안이 와서 작년부터 시범적으로 협업을 진행했다”며 “한국 도메인에서는 해당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쉬인이 국내 업체와 협업한 결과물을 해외에서 선보이면서 국내 쇼핑몰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며 “사진만 공유하고 원단 정보 등은 전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쉬인은 사진 속 제품에 대해 저작권이 있는 쇼핑몰하고만 거래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저작권만 확보하는 쉬인의 전략은 ‘패스트 패션’의 강점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패스트 패션이란 유행에 따라 빠르게 의류를 제작해 유통하는 형태를 말한다. 쉬인은 미국 패스트 패션 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빠른 제작과 유통 능력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의 쉬인 홀리데이 팝업스토어. [로이터]

다만 국내 업계의 우려는 크다. 사진을 내건 만큼 디자인이 같을 수 있어도 원단이나 마감 등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무분별한 IP 거래가 일부 기업의 성장판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의류 생산 구조에서 보지 못한 유형”이라며 “사진만 보고 현지에서 생산하면 원단이나 제조 방법을 확인할 수 없어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상품 표절 논란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IP를 정식으로 거래해 생산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면서 “장기적으로는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K-패션’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쉬인 측은 이와 관련해 “기본적으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지적재산을 존중하고 있다”면서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사항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한국패션산업협회 패션IP센터 관계자는 “IP 계약 시 원단 사용 등 제작을 위한 전반적인 권리를 넘겨 상품의 품질을 보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사진만 거래하는 건 특이 사례이기 때문에 계약 조건을 잘 살펴야 한다”고 했다.

mp125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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