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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틱톡發 이커머스 지각변동…업계는 “위기이자 기회” [언박싱]
뉴스종합| 2024-06-25 10:01
틱톡 로고. [AP]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유튜브와 틱톡 등 동영상 기반 글로벌 플랫폼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TV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 등 국내 업계는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유튜브는 지난 2022년 12월 쇼핑 연동 서비스를 도입하며 온라인 쇼핑 시장에 발을 들였다. 최근에는 카페24와 협업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쇼핑 전용 스토어 기능을 선보였다. 기존에는 영상을 보다 상품을 구매하려면 별도 쇼핑몰로 들어가야 했는데, 앞으로는 유튜브 페이지에서 바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편의성이 개선되면서 해당 경로를 택하는 국내 소비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틱톡 역시 조만간 국내에 쇼핑 기능을 갖춘 “틱톡숍”을 선보일 계획이다. 틱톡은 지난해 12월 한국에 상표를 출원하고, 풀필먼트(통합물류) 서비스를 구축했다.

국내 업계는 유튜브와 틱톡의 국내 온라인 쇼핑 사업 전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플랫폼 특성상 중국계 이커머스처럼 단기간에 점유율을 키우기는 쉽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이커머스 판도를 뒤흔들 수 있어서다.

한 TV홈쇼핑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아직 유튜브나 틱톡이 콘텐츠 플랫폼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국계 이커머스처럼 단기적으로 파괴력을 보일 것 같지는 않다”면서 “다만 트래픽이 높은 플랫폼인 만큼 장기적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특히 젊은 층이 네이버나 다음이 아닌 유튜브로 많이 검색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파급력은 업계의 예상보다 강력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유튜브는 올해 5월까지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앱이었다. 전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사용 시간의 33%를 차지할 정도다. 틱톡도 숏폼(짧은 영상) 플랫폼 선두주자다. 전 세계 사용자 수는 10억명에 달한다.

동영상 기반의 서비스를 선보이는 만큼 국내 TV홈쇼핑 입장에서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TV 시청률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유튜브・틱톡의 국내 커머스 시장 진출은 기존 홈쇼핑 업계를 비롯한 라이브방송 채널을 보유한 플랫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TV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TV홈쇼핑의 주요 소비층이 4060세대 여성이라면, 유튜브는 젊은 층을 공략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며 “방식의 유사성 때문에 단순하게 보면 영역이 겹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특정 채널보다 온·오프라인 유통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롯데웰푸드가 지난해 유튜브 쇼핑 채널에서 진행한 방송 홍보 이미지. [롯데웰푸드 제공]

유튜브와 틱톡숍이 이커머스 업체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품 노출 채널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협업을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일부 홈쇼핑사나 온라인 쇼핑몰들이 채널을 만들고 라방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짚었다.

유튜브나 틱톡의 확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두 플랫폼이 개인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데다, 온라인 쇼핑을 주력으로 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논리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유튜브・틱톡에서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보증과 소비자 보호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는지가 첫 번째 의문”이라며 “소비자 불만과 불신이 쌓이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최근에는 크리에이터들도 자체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기보다 검증된 대형 유통사와 협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유튜브・틱톡 특성상 패션, 뷰티 등 고관여 상품(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상품) 위주로 소비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해당 품목의 인기 브랜드가 기존 이커머스 대신 새로운 플랫폼을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와 틱톡의 쇼핑 사업이 온·오프라인 소비 환경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튜브와 틱톡은 국내 온라인 시장에 아주 큰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온라인 시장을 둘러싼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이커머스들도 두 플랫폼들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도 “가뜩이나 국내 온라인 쇼핑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활성화된 상태인데 유튜브・틱톡까지 참전하면 수요는 더 분산될 수밖에 없다”며 “영상을 다루는 홈쇼핑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업체까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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